현지화+프리미엄 전략…중동 오일머니 잡는다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메카 내비’ 장착-특급호텔 공략으로 국내업체 수출 ‘가속’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중동 수출차량에 ‘메카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버튼을 누르면 무슬림 신전이 있는 메카의 방향을 신속히 표시하기 때문에 ‘메카 내비’다. 이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중동 고객은 예배 시간만 되면 내비를 통해 신속히 신전의 방향을 찾아 절을 올릴 수 있다.

박영훈 현대·기아차 홍보팀 차장은 “중동시장 성장에 따라 철저한 현지화로 중동 고객의 마음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高)유가 흐름을 타고 중동시장의 구매력이 급등하자 국내 수출업체들이 ‘오일머니’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동으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인 자동차, 가전, 통신기기 회사들은 ‘현지화’ ‘프리미엄’ ‘가격 경쟁력’ 등 다양한 전략으로 중동시장을 공략한다.

올해 1∼5월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현대차의 ‘그랜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싼타페’의 수출은 542%나 뛰었다.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한국타이어의 올해 상반기(1∼6월) 중동 수출량은 작년 동기보다 약 25% 늘었다.

수출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오일머니를 잡는다. 현대·기아차는 플래그십 차량 ‘제네시스’와 ‘모하비’를 공격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종합서비스센터 ‘T스테이션’을 고급화해 현지에 네트워크를 갖출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 3년 전까지도 중저가 시장이었던 중동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변했다”며 “서비스센터의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디자인해 고급 이미지를 심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상류층이 몰리는 특급 호텔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동의 고급 호텔이 한창 개조 중이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TV를 들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훈 삼성전자 홍보팀 과장은 “중동의 호텔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라며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올해 150만 대 이상의 평판 TV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품목도 있다. 가구업체 리바트는 두바이의 건설붐을 타고 대중적 사무용품을 대량 수출하고 있다. 고가의 유럽 가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회사들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인은 현지 생산된 LG전자 에어컨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할 계획이다.

조창훈 KOTRA 중아CIS팀 차장은 “중동시장이 호황이지만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며 “경쟁국들처럼 한국도 중동의 걸프협력회의와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가속화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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