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France]향후 6개월 한―EU FTA 서명 끝내기를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각국 주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럽연합(EU)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27개 회원국이 다함께 참여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프랑스는 EU 회원국들이 스포츠 경기처럼 팀워크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앞장설 것입니다.”

7일 찾은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정문에서부터 대사 집무실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EU 의장국 취임을 알리고 축하하는 게시물들로 넘쳐났다.》

필리프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 인터뷰

필리프 티에보 주한 프랑스대사(53·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EU와 한국의 교역 확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가 EU 의장국으로 있는 6개월 안에 한국과 EU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국내총생산(GDP)과 교역규모에서 각각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인구도 5억 명에 이르러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인 만큼 EU와 한국이 교역을 확대한다면 이는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많은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에서도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모두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EU를 대표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는 10월 한-EU 정상회담에 주목한다며 이 자리에서 역사적인 한-EU FTA가 서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를 역설하면서도 “각국이 지닌 역사와 전통, 습관 문화정체성 등을 보호하려면 세계화도 통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의장국 프랑스가 추진하려는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문제에 대응하고 농업정책을 개혁하는 일이다. 이민 문제도 EU의 중심과제 중 하나다. EU 바깥 국가의 국민이 EU 회원국으로 이민을 오고자 할 때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른 EU 국가들의 이민정책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리스본조약이 부결됐는데….

“유럽 통합을 위한 리스본조약이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물론 프랑스에 대단히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프랑스 혼자가 아니라 27개 회원국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일랜드도 물론 이에 동참해야 한다. 아일랜드에서 리스본조약이 부결됐다고 해서 EU가 멈춘 것이 아니다. 니스조약 등 기본 조약이 있다. EU는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다.”

―리스본조약을 회생시킬 방안이 있는가.

“차기 EU 이사회가 10월 25일 개최될 예정이다. 그때 EU 정상들이 모여서 리스본조약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아일랜드 부결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적절하게 대답하면서도 리스본조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각국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특별히 강조한 까닭은…

“EU에 속한 시민들의 민생에 EU 정책의 중심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책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 법이다. 프랑스는 차기 의장국인 체코와 함께 사람들의 민생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의 리스본조약 부결 이후 EU 주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EU 의장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유럽인들은 세계화로 야기된 위험으로부터 EU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세계화에는 많은 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자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유럽 주민들이 세계화에 대해 의문점을 갖겠지만 EU 회원국과 주민들은 세계화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수출 덕분에 국가가 부강해지고 있으며 개인들은 해외투자로 이익을 보고 있다. 국제 교역을 통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나날이 혜택을 받고 있다. 또 유로 단일통화로 인해 어느 나라에 가든지 환전에 따른 비용 손실 없이 자유롭게 유로를 공동화폐로 쓸 수 있게 됐다. 국경 개방 협약인 솅겐조약에 가입한 국가끼리는 비자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도 있다. EU 내에서 안정적인 평화가 정착돼 있다는 점도 세계화의 중요한 혜택 중 하나다.”

―수출 위주 국가인 한국 역시 세계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도 세계화가 가져다 준 영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한국만의 역사, 전통, 습관 등의 특수성을 존중받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본다. EU 국가들은 문화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도 정체성을 보호받기를 갈망한다. 유럽도 전통적인 가치가 부정되는 상황이 올 경우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한 경험이 있다. 유럽도 유전자변형 식품이나 호르몬 쇠고기 문제로 시끄러웠다. 소비자 보호 문제라든지 식품 안전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EU 국가들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최근 주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대사 등과 함께 ‘서울디자인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됐다고 들었는데…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를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 전체가 도시 디자인을 발전시키려 힘쓰고 있다. EU 역시 한국과 도시디자인 부분의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EU 산업계와 학계가 한국에 진출하고 또한 한국이 EU에 진출하는 게 확대돼야 한다. 서울의 매력은 다양성과 역동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도시들은 지난 시대에 이미 계획도시로 짜인 곳이 꽤 많다. 그러나 이와 달리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되는 도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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