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은행들, 함께 돕고 서로 나누며 ‘갈등없는 직장만들기’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외환위기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곳은 바로 금융계였다. 금융 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와 합쳐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렸고 그에 따라 노사 간 갈등도 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새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자본시장통합법’도 시행될 예정 이어서 금융계의 판도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노사가 대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단적 대립을 극복하고 화합을 통해 노사상생을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금융계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위기 앞에선 화합이 답

4월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하나은행 본점.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나은행 노사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열린 ‘노사화합을 위한 공동선언식’에서 김 위원장은 “은행의 발전과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단체행동과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사측의 경영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조의 ‘무분규 선언’이자 ‘임금동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해 사측과 분쟁을 치른 노조로서는 이례적으로 ‘용기’가 필요한 발표였다.

이어 김 행장은 “금융권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하나은행의 경영환경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노사화합선언은 은행 영업력을 결집시키고 전 임직원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경영진과 노동조합 간부가 함께하는 저녁 회식자리에서 매번 “노동조합 간부는 경영을 함께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진과 노조는 서로 대립적이어서는 안 되며 서로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2006년 4월 통합한 이후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고 모범적인 노조 통합의 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데에도 이런 경영진의 노사관이 영향을 미쳤다.

2006년 10월 신한은행 노조는 은행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대한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력 확약서’를 작성했으며 이듬해 10월 노동조합 통합을 선언했다. 노사가 함께 노조 통합에 힘쓴 결과 올해 1월에는 통합 노조 대의원회의를 개최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협조로 인사제도 등을 조기에 통합함으로써 노사가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사가 함께 사회봉사

1월 24일 SC제일은행은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본점 로비에서 5억7245만6000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는 ‘2008년도 한사랑 나눔 캠페인 약정서 전달식’을 열었다.

‘한사랑 나눔 캠페인’은 2002년 SC제일은행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시작한 직장 모금 캠페인.

이 은행의 임직원들은 매달 급여통장에 들어온 월급 중 일부를 불우노인 청소년 아동 등 원하는 곳을 지정해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임직원들의 돈이 모이면 은행은 같은 액수의 돈을 추가로 내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도 데이비드 에드워즈 은행장과 장장환 노조위원장이 함께 참석해 노사 공동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은행은 4월에 노사화합을 위한 ‘하나가족 한마음 잔치’를 열었다. 김정태 은행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직원 및 가족 1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열린 이 행사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운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행사에서는 직원가족 장기자랑,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회사가 나서 직원 복지와 커뮤니케이션에 힘써

신한은행의 매주 수요일은 ‘FRESH’의 날. FRESH는 ‘Family Rest Enjoy ShinHan’의 줄인 말로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고 자기 계발을 하라는 의미다. 이 은행 관계자는 “2007년 5월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퇴근시간이 평균 50분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노사가 함께 ‘퇴근시간 앞당기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나온 결과다. 신한은행은 비효율적인 제도나 업무를 개선하고,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일들을 과감히 축소해 자신과 가정, 고객을 위해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노사가 함께 신한은행만의 퇴근 문화를 만들려 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본부 집중근무제를 도입하고 회의 문화, 보고서 문화를 바꾸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임직원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회사 안에 맥주를 마시며 임직원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노사화합과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회사 안에 ‘조이 투게더 룸(Joy Together Room)’을 만들어 4월 28일 문을 열었다. 200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이 은행 임직원들은 저녁 시간대에 무료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본부 부서와 지역 본부별로 사전 신청을 해 각종 행사를 열수도 있다. 낮에는 직원들이 차와 음료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이용된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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