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

  • 입력 2008년 7월 10일 11시 03분


한국의 태양 KSTAR가 뜬다

고유가 시대에 허덕이고 있는 요즘 인류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새로운 에너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함께 인류가 당면한 또 다른 심각한 문제인 기후변화. 이 둘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라면 가히 새로운 혁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꿈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특히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라면 더욱이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절대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핵융합에너지의 개발일 것이다.

핵융합에너지는 바로 태양이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핵융합 장치를 ‘인공태양’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핵융합장치, 그것도 최첨단 장치인 “KSTAR1)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태양으로 불리우는 KSTAR는 지난해 9월, 개발이 시작 된지 11년 8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장치를 완공하고 현재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 위한 최초 플라즈마2) 발생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KSTAR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최대온도 1억도 이상)를 가두기 위해 영하 268도에서 구동되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1억도와 영하 268도가 공존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장치이다 보니 온갖 최첨단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덕분에 KSTAR를 개발하는 동안 초전도 자석 제작 기술, 대형 진공용기 제작 기술, 극한 온도를 서로 차단해주는 열차폐체 제작 기술 등 향후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과 항공우주,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급 기술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초전도 핵융합장치를 보유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쾌거는 기존의 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 핵융합 기술 강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핵융합연구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KSTAR의 개발로 해외 연구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핵융합 주도국으로 단숨에 변모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완공식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장치의 성능을 최종 점검하는 종합 시운전 과정을 살펴보면 진공시운전 성공(2008. 4. 2), 극저온 냉각시운전 성공(2008. 5. 2), 초전도 전원 시운전 성공(2008. 6. 6) 등이 모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핵융합 주도국들을 비롯해, 특히 KSTAR와 동일한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3)국제기구는 KSTAR의 실험 결과에 주목하며 협력 연구를 제안해오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는 2040년대 경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30년이 넘게 남은 기간이지만 주저하거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가 자원 부족국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에너지 확보는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며, 21세기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보유하는 나라가 바로 세계를 이끄는 강국으로 떠오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 문제를 바라봐야 할 때 앞으로 20년 동안 묵묵히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몰두해 줄 한국의 태양 KSTAR가 있어서 조금은 든든해진다.

자료제공: 국가핵융합연구소 www.nfri.re.kr

1) KSTAR :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2) 플라즈마 : 물질의 4번째 상태로 태양을 비롯해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필요하다.

3) ITER : 국제핵융합실험로,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한국,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가능성을 공학적으로 최종 검증하기 위해 건설하는 핵융합실험로, 2015년 완공 예정, 건설지 : 프랑스 카다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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