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국내 최고령 비서 대성산업 전성희 이사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국내 최고령 비서인 전성희 대성산업 이사는 2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 회장실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서는 정보 수집 등 최고경영자(CEO)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30년간의 비서 경험을 담은 ‘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홍진환  기자
국내 최고령 비서인 전성희 대성산업 이사는 2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 회장실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서는 정보 수집 등 최고경영자(CEO)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30년간의 비서 경험을 담은 ‘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홍진환 기자
“멀티 플레이어 되라”

전화 받기부터 신사업 정보수집 - 제휴사 물색도

“3척 돌부처가 되라”

모르는 척, 못들은 척, 못본 척… 항상 기밀유지를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수석비서인 전성희 대성산업 이사는 66세로 국내 최고령 비서다.

손자와 손녀까지 둔 전 이사는 ‘젊고 예쁜 여성’인 대부분의 비서와 다르다. 1979년 남편 친구인 김 회장의 회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김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2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 회장실에서 만난 전 이사에게 ‘비서는 ○○○다’라는 답변을 부탁했더니 그는 대뜸 “비서는 박지성이다”라고 말했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멀티플레이어’인 것처럼 비서도 전화 받기부터 최고경영자(CEO)의 사업 지원까지 해내는 전문가라는 뜻이다.

차 끓이기만 하더라도 전 이사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다. 비서는 CEO가 편하게 일을 주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 심부름조차 즐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손님이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얼마나 넣는지 일일이 외운다. 손님이 다시 오면 알아서 척척 입맛에 맞는 커피를 내놓기 위해서다.

“비서가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손님을 대접하듯 CEO의 마음을 손님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요.”

CEO의 눈과 귀가 되어 신규 사업의 정보 수집과 제휴회사 물색 등을 하는 것도 전 이사의 몫이다. CEO가 직접 구상하는 신규 사업은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데다 CEO의 평소 생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성산업이 현재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대성연탄 공장 용지에 짓고 있는 51층짜리 복합건물인 ‘디큐브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회장이 이 사업을 컨설팅할 회사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리자 전 이사는 예전에 김 회장이 “일본 롯폰기힐에 갔더니 도심 재개발사업이 인상적이었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그는 일본 모리사(社)가 롯폰기힐 도심 재개발사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모리사와 2년 동안 접촉해 제휴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전 이사는 회사 안에서 “모르는 일인데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섣불리 흘린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CEO를 괴롭히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서실에 고급 정보가 몰리기 때문에 회사 안팎에서 비서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서는 알아도 모르는 척, 들어도 못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돌부처’처럼 지내야 합니다.”

전 이사는 비서가 진정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면 “지시받은 일만 수동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어학공부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성산업이 프랑스 회사와 제휴를 추진하면 프랑스어를 배우고, 중국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면 중국어를 배워 현재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를 한다.

그는 “외국에 가면 머리 희끗한 할머니가 비서를 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만큼 김 회장이 그만둘 때까지 계속 비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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