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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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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진출한 유럽 명품 브랜드 사이에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이어졌던 유로화 급등세가 지난해부터 주춤해졌고 세계적 경기침체로 ‘사치품’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탈리아 구찌는 올해 3월 가방 10개 품목, 지갑 45개 품목의 소매가격을 평균 10% 내렸다. 또 4월에는 가방 47개 품목, 지갑 57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하했다. 이탈리아 페라가모는 이달 들어 가방 15개 품목의 가격을 10%, 구두 27개 품목의 가격을 7% 내렸다. 최근 수년간 연 2회씩 정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온 프랑스의 루이비통도 지난해 7월 이후 거의 1년 만인 이달 70%의 제품 가격을 평균 1.5% 올리는 선에서 그쳤다.
지난해까지 인상 일변도이던 명품의 가격이 내려간 이유는 유로화의 급등세가 주춤해졌기 때문. 유로는 지난 3년간 약 25% 인상됐다. 여기에 최근 3년간 20% 정도 오른 가죽이나 귀금속 등 원료가격 인상분도 소매가격에 전가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유로화 강세가 꺾이기 시작해 그 효과가 올해 봄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감하는 명품 가격 인하의 가장 큰 이유는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명품 브랜드의 한 일본법인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이제 일본 소비자는 계절마다 이뤄지는 가격 인상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원유 및 식량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일본 백화점가에서는 주가에 좌우되기 쉬운 중산층이나 직장여성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 불가리, 프랑스의 까르띠에 등 장신구 브랜드는 대형 백화점에서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가구별 장신구에 대한 평균 지출액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13.1%, 올 1분기(1∼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이에 비해 올 1분기 생필품인 곡류 지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3.8% 늘어났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