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혁신, 민생 위해서도 미루면 안돼”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서울대 교수에서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지 3개월이 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로 금융위 청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공기업 경영혁신 등 새 정부의 개혁과제를 미루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서울대 교수에서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지 3개월이 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로 금융위 청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공기업 경영혁신 등 새 정부의 개혁과제를 미루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여당 ‘민영화 연기론’ 반박

“방만한 경영으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만 개혁을 늦추자는 것은 범국민적인 ‘고통 분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공기업 경영혁신’ 등 새 정부의 개혁 과제를 미루면 안 된다.”

서울대 교수(경제학부)에서 3월 중순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이창용(48·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부위원장은 금융위 안에서 한국산업은행 민영화 등의 현안을 추진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다.

3개월간 공식 인터뷰를 자제해온 그의 첫마디는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기업 경영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민생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사업들은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산은 민영화 등 정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새 정부가 개혁 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한나라당에서는 민생 과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개혁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을 충분히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개혁 정책을 조건 없이 늦추자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미룬다면 우리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공기업 구조조정은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는 저(低)성장과 고(高)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놓여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높은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각 경제 주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새 정부는 조직개편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섰고, 기업과 서민도 뼈를 깎는 비용 절감을 할 것이다. 방만한 경영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온 공기업도 당연히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산은 민영화처럼 인적 구조조정이 거의 없는 공기업 개혁도 많다. 새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은 ‘공기업 구조조정’보다는 ‘공기업 경영 혁신’이 더 맞는 표현이다. 이는 업무 중 민간과 충돌하는 영역은 민영화하고, 공공부문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유구조의 민영화, 시장메커니즘의 도입 등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기업 중 극히 일부만 민영화한다.”

―공공부문이 개혁되면 수도,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근거 없는 ‘괴담’이 온라인 매체에 떠돌고 있다. 산은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을 때도 산은이 보유한 한국전력 등 공기업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전이 민영화돼 전기료가 급등한다는 낭설이 유포됐다. 민영화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일부 공기업이 민영화되더라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만 민간에 맡기고 가격은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급등할 리가 없다.”

―‘금산분리’ 등 민감한 이슈의 추진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것 아닌가.

“민생문제와 상관없이 추진돼야 할 과제가 외부 여건 때문에 위축돼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의도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계층과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출범한 새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이유가 뭔가.

“대외협상에서 미숙하게 대응한 점이 있으며,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점 등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다만 ‘촛불집회’를 통해 정부는 국민의 뜻을 충분히 알게 됐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민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

―서울대 교수에서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지도교수였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의 영향이 크다. 미국에서는 교수가 정부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 학계와 정부의 원활한 교류를 이끌어가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창용 부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4세에 서울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명돼 주목받았다. 이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등 ‘참여형 이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율곡 이이의 아우이자 조선 중기 유명 서화가인 옥산 이우의 16대 종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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