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배 오를때 경유 10배 올라

  • 입력 2008년 5월 25일 20시 42분


물가가 두 배 남짓 오른 최근 18년 동안 경유 가격은 10배로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5배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급등하는 경유가격 부담으로 경유에 붙는 세금이라도 깎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가격 상승을 세금인하로 대응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의 품목별 소비자 물가지수는 올해 4월 149.0(2005년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으로 1990년의 16.5와 비교할 때 803%, 약 9배로 올랐다. 또 휘발유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올해 4월 118.4로 1990년의 26.4보다 348.5%, 약 4.5배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통계청이 집계하는 품목을 모두 더해 가중치를 둬 산출한 소비자 물가지수는 이 기간 51.7에서 108.8로 110.4%, 약 2.1배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경유와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은 올해 5월 들어 10%가량 올랐기 때문에 1990년 당시와 비교해 이미 휘발유는 5배, 경유는 10배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서 경유 값이 휘발유값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나타나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내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유는 기업들이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며 개인의 경우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업용으로 쓰고 있다.

정부는 1,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지난해 7월까지 경유가격을 끌어올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비율을 100대 85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유 값이 계속 올라 휘발유 가격을 따라잡으면서 경유 사용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화물연대는 정부가 6월 10일까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운행중단 등 강경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5대 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태복)가 기름값 인하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인터넷 카페에서 경유값 인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세금인하 압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부 당국자는 "국제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가격 상승을 세금으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게다가 세금인하는 경유 사용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 생각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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