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試族 19만 “空試族 될라”…지자체 신규채용 축소로 출렁

  • 입력 2008년 5월 11일 19시 42분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정모(25·여)씨는 요즘 밤 잠을 설치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해 공무원 시험을 공부해왔지만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도 인원을 대폭 줄인다고 하니 합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씨는 "지금이라도 민간 기업체 취직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사기업이라고 만만하게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잇따라 공무원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취업 준비생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자체들은 인력 감축을 위해 현직 공무원들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대신 신규채용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선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민간 기업체 준비로 진로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민간기업 취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화되는 지방정부의 인력 감축

행정안전부의 '지방 공무원 1만 명 감축' 지침에 따라 지자체들이 조만간 구체적인 정원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올해 연말까지 본청과 10개 구군 공무원 정원을 415명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소방직을 제외한 총 정원 1만1037명의 3.8%다.

경기도는 2010년까지 도 본청과 31개 시군 전체 인원 3만8200여명의 4%(1528명) 정도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원도는 일반직과 계약직 별정직 기능직 등 1877명의 정원 가운데 100~110명 정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력조정 계획을 다음달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정원이 1878명인 충남도는 86명 정도의 정원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그동안 30명의 결원을 충원하지 않은 만큼 56명 정도만 줄이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는 6월 말까지 정원(3263명)의 4~5%인 140~150여 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정원 조정에 따른 잉여 인력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와 앞으로 출범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배치할 방침이다.

경남도는 도청 공무원 정원 1999명을 5% 이내에서 줄일 계획이어서 100명 정도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도내 20개 시군도 감축 규모를 논의하고 있으며 총 정원 1만8000여명 가운데 700~800명 정도 감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현 정원 2026명 가운데 2.4%인 51명을, 전남도는 1788명의 3.8%인 69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지자체들 "신규채용 줄여 인력감축"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현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정원을 줄이기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기로 했다. 퇴직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인위적으로는 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명퇴나 퇴직 등의 자연감소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도 정원 대비 연간 2¤3% 정도의 자연감소 인력을 유지하면서 신규인력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강제 퇴출 대신 내년부터 신규채용 인원을 조절해 본청 97명, 16개 구군 449명 등 총 546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532만3000명 가운데 취업준비생은 총 53만 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6.9%인 19만6000명에 이르렀다.

공무원 시험 합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벌써부터 취업준비 분야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공무원 시험 준비생 41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34.2%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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