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FTA비준 액션플랜’ 美의회가 받아줄까

  • 입력 2008년 4월 20일 19시 56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미 양국의 한미FTA 비준 절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의회의 비준에 변수로 작용했던 한미 쇠고기 협상까지 타결돼 한미 FTA의 비준을 위한 미 행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하는 한편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분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부시 대통령 "한미FTA 올해 안에 비준 받도록 할 것"

미 행정부는 지난해 4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의회 설득 등 물밑 작업은 진행해 왔지만 비준동의안 제출 등 실질적인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

한미 FTA에 앞서 협상을 타결한 미-콜롬비아 FTA, 미-파나마 FTA 문제도 남아 있었고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한국의 쇠고기시장 개방, 자동차 분야 재협상 등 한미FTA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을 이미 의회에 제출했고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데 이어 양 국의 대통령이 한미FTA의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 행정부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의회 제출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FTA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FTA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 미 행정부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내 FTA 및 한반도 전문가들은 연내 비준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 내에서 최근 쇠고기에 이어 자동차 문제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 의회의 한 소식통은 19일 "수일 전 무역대표부(USTR)와 하원의 무역 담당 전문가들 간의 회의에서 USTR 관계자가 '자동차와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회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해온 의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 의회, 특히 하원에선 FTA 주무상임위인 세입위원회의 찰스 랭겔 위원장과 무역소위의 샌더 레빈 위원장 등이 자동차 재협상 없이는 FTA 비준은 불가능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의회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FTA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스스로의 영향력에 대한 과신에 불과하다"며 "콜롬비아 FTA 비준안 제출도 너무 독단적으로 다뤄서 의회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상태이며 그동안 정치 일정에 밀려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한 국회는 한미 FTA와 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 이달 25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다음달 초 한미FTA 비준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비준안 처리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 공조 방안도 관심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양국 정상의 강조점은 엇갈렸다.

부시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책임 분담론'을 앞세웠고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국제기후문제에 대처하기로 합의했다"며 "국제기후협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과 인도가 반드시 참여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발리 로드맵'에 따라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협약을 만들 때 한국과 중국, 인도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에 포함돼야한다는 의미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은 기존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인 37개 선진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까지 마련돼 2013년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는 새 협약에는 의무 감축국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압박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원유의 안정적 확보 등 '에너지 안보'와 관련한 미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면서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온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에너지 분야 협력과 투자유치 '결실'

이 대통령의 방미 성과 가운데는 미래 청정원료인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한미 공동개발 논의 등 에너지 분야의 실질적인 결실을 빼놓을 수 없다.

양국의 에너지정책 주무 장관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부 장관은 20일 에너지장관회담을 갖고 양국간 '가스하이드레이트 공동개발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동토(凍土)나 심해저의 저온고압상태에서 물과 결합돼 얼음처럼 고체화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까지는 미국과 일본 인도 중국 한국 등 5개국에서만 매장이 확인된 상태지만 상용 생산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기술개발에 나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양국은 이와 함께 미국 원자력발전 시장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코리아 세일즈' 외교도 이번 방미의 커다란 성과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16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 참석해 화이자, 존슨앤존슨, 보잉 등 세계적인 기업 대표들을 상대로 투자유치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국은 이번 대통령 방미 기간 중에 5개 기업으로부터 총 11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외자를 유치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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