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시장 美에 사실상 전면 개방…한미 FTA 탄력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 한미“뼈 붙은 쇠고기 수입 재개” 합의

사골-내장도 ‘광우병 위험물질’ 제거하면 도입 가능

이르면 6월 일반판매… 한우농가 “줄도산” 강력반발

FTA 비준 위한 고육책… 정부 美압박 본격 나설 듯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뒤 ‘제한적 수입’과 ‘수입 전면 금지’를 반복해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사실상 전면 재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LA 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약 4년 반 만에 다시 한국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미국 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해온 쇠고기 수입이 다시 허용되면서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와 외식업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기대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우 농가는 크게 반발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내 축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뒤 다음 주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는 쉽게 말하면 미국인들이 먹는 모든 부위를 수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우선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이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의 시행을 공포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맞춰 연령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산 갈비는 물론 사골, 내장 등 부산물도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 국내법에서 식용으로 허용되는 소시지, 훈제고기 등 가공육류도 수입이 허용된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 측이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한국 정부와 상호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조건에서는 한국 정부가 자체 판단으로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지만 개정된 조건은 조사 결과가 OIE 기준으로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에 부합하지 않으면 수입을 중단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안은 20일 동안의 입법 예고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5월 중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LA 갈비나 ‘T본 스테이크’ 등 뼈 있는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일러도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다음 달 중순 선적하더라도 배로 운송하는 데 15∼20일 걸리고 검역 과정도 보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FTA 행보 가속화 기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를 더는 끌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도 있다. 실제로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이번 협상 타결로 미 행정부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의회 상정을 계속 미루기 어렵게 됐다. 우리 정부와 여권은 17대 국회 임기 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미 의회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미 행정부가 현재 의회에 상정된 미-콜롬비아 FTA 이행법안 처리에 이어 곧바로 한미 FTA 이행법안을 상정해 미 의회가 대선 휴가에 들어가는 8월 전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는 무역촉진권한(TPA)이 부여돼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상정하면 의회가 90일 이내에 수정 없이 찬반 결정을 해야 한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면 현재 6차 협상까지 진행된 한-유럽연합(EU)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환영, 한우 농가는 반발

이번 합의에 대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면 LA 갈비 등의 판매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마트 상품기획자는 “한국인들이 갈비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전문 외식프랜차이즈 업체 사장은 “이미 미국산 LA 갈비를 사용한 메뉴를 개발해 놓은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호주산보다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 단체들과 한우 농가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료 값이 올라 고전(苦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미국산 갈비까지 수입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우 갈비가 현재 kg당 5만5000원 안팎인 데 비해 미국산 갈비는 2만 원 안팎에서 거래될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