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눈높이 맞춘 ‘드럼 업’ 인기 주문 밀려 풀가동 ‘행복한 비명’

  • 입력 2008년 3월 7일 20시 00분


‘히트 상품’에 목말랐던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신제품 ‘드럼 업’ 세탁기의 인기로 신바람이 났다. 휴일과 주말을 반납한 광주 광산구 장덕동 공장의 드럼 업 제조라인. 광주=부형권 기자
‘히트 상품’에 목말랐던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신제품 ‘드럼 업’ 세탁기의 인기로 신바람이 났다. 휴일과 주말을 반납한 광주 광산구 장덕동 공장의 드럼 업 제조라인. 광주=부형권 기자
지금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처지에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한때는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1990년대 중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이던 공기방울 세탁기를 하루라도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공급받기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 사장들이 공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대우일렉은 '대우 사태'를 겪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고, 가전업계의 양강(兩强)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한참 뒤진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 이 회사에 따뜻한 봄볕이 들기 시작했다. 신제품 세탁기인 드럼 업이 약진하면서 '제2의 공기방울 신화'를 재현하려는 희망에 들떠있다.

●휴일 없는 공장

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장덕동 대우일렉 공장.

105m의 드럼 업 생산라인에 서 있는 40여 명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각의 텅 빈 금형(金型)이 86kg짜리 반짝이는 신제품으로 만들어져 포장까지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초 정도.

손정태 공장장은 "선(先)주문이 몰리면서 설 연휴와 주말에도 라인을 돌렸고 평일에도 4시간씩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럼 업은 대우일렉이 3년 간 정성을 쏟아 개발한 제품이다. 주부들이 세탁물을 꺼내고 조작 버튼을 누르려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기존 세탁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드럼의 높이를 11㎝ 올리고 버튼 위치도 측면에서 상단부로 바꿨다. 빨기 힘든 운동화 세탁 기능도 선보였다.

오찬서 국내영업본부장은 "주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게 인기 비결"이라며 "사내(社內)에서는 '드럼 업의 기세를 냉장고 에어컨도 이어나가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대우일렉의 국내 드럼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최근 수년 간 5%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 목표는 '20% 돌파'로 크게 늘려잡았다. 3000대 정도에 그쳤던 월 판매량이 드럼 업 덕분에 최근 1만 대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 파워'

대우일렉의 '브랜드 파워'는 해외시장에서 더 알아준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이 회사의 액정표시장치(LCD) TV는 지난해 북유럽 노르웨이 시장에서 삼성전자, 필립스(네덜란드), LG전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설립 14년째를 맞는 대우일렉의 베트남법인은 가전시장 점유율 30%대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2006년에는 베트남 정부가 선정하는 '100대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러시아 서부지역 칼리닌그라드에도 지난해 드럼 세탁기 공장을 준공하고,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손 공장장은 "며칠 전 이집트 바이어가 광주 공장을 직접 방문해 드럼 업 수입 문제를 상담하고 갔다"며 "대우의 해외 브랜드파워가 녹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광주=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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