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계열사 사상최대 실적…소리없이 강해지는 ‘LG웨이’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5분


‘정도경영 마이웨이’ 구본무 LG회장 취임 13주년 맞아

《22일은 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의 취임 1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그룹에서는 어떤 행사도, 관련 보도자료도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요란을 떠는 것은 구 회장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조용한 구 회장의 LG가 소리 없이 강해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LG전자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이 경쟁하듯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 자리 잡아 가는 ‘LG식 경영’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과장급 이상 전 임직원에게 지급한 ‘고객 최우선 경영’이란 책자에는 도요타 BMW 같은 세계적 기업과 함께 LG그룹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이 책은 LG그룹에 대해 “외환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환란(換亂) 10년 동안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고객 중시’ 경영이념이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LG 관계자는 “1999년 말부터 시작된 경영 체질 개선 노력이 이제 인정을 받기 시작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LG그룹은 2003년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문어발의 다리’(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가지치기를 실시했다.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시작으로 2000년 LG벤처투자와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 지난해 LG패션 등을 차례로 계열 분리했다. 그룹의 사업영역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로 단순화 전문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편 것이다.

구 회장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5년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등을 정도(正道)경영으로 실천해 1등 LG가 되자”는 ‘LG 웨이’를 선포했다.

○ 올해가 ‘LG 웨이’의 진정한 실험대

LG가 먼저 닦아 놓은 지주회사 체제의 길을 최근 들어 다른 대기업들도 뒤따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특유의 노경(勞經)협의회도 상호 대립적이던 노사관계를 상호 존중의 수평적 관계로 바꿔 놓은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올해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계속 펴 나가면서 고객경영과 정도경영의 ‘LG 웨이’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1등(삼성)의 부진이 곧 2등(LG)의 약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2008년이 구 회장의 LG에는 진정한 도약의 실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 화학이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부문인 데다 최근 통신 시장이 SK텔레콤과 KT그룹의 양강(兩强) 체제로 재편되고 있어 LG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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