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주가 급락으로 출범이후 첫 마이너스 수익률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6분




1월 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에 16∼17%를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일시적으로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1988년 국민연금이 출범한 뒤 이 기금이 일시적으로라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연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고갈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연기금을 이용한 주식투자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1월 중 일시적 평가 손실

19일 증권업계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22일 전체 자산 평가수익률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당시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54포인트(4.43%) 떨어진 1,609.02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국민연금 오성근 기금운용본부장은 “연초라 채권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덜 쌓여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속히 하락해 ―0%대의 평가손실이 잠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은 1월 한 달간 전체 수익률은 “공식 집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밝히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비중이 10%를 밑돌았기 때문에 증시가 폭락해도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는 주식투자 비중이 전체 자산의 16∼17%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수익률은 6.78%(추정치)였다.

대우증권 임태근 연구원은 “수익률을 높여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춰야 하는 국민연금으로선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 비중 장기적 확대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219조 원으로 세계 연기금 중 5위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2043년에는 자산의 크기가 260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기금운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2060년이 되면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 수익률이 연간 1%포인트 늘어나면 기금 고갈을 5년, 연간 2%포인트 늘어나면 고갈을 15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채권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고위험의 주식과 대체 투자(부동산, 사모펀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2년 말까지만 해도 채권과 주식 투자 비중이 각각 93.4%와 5.8%로 채권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채권 79.9%와 주식 17.5%로 5년 만에 주식투자 비중이 3배로 확대됐다. 국민연금은 채권 비중을 2012년까지는 50%로 낮추고 주식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대체 투자를 10% 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국민은 불안

금융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연금기금의 평가 손실 발생에 대해 ‘고수익, 고위험’이 주식시장의 특성인 만큼 단기 수익률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금운용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중앙대 오규택(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민연금은 주식투자를 하다 주가가 내리면 투자를 중단하고, 그러다가 주가가 오르면 땅을 치는 악순환을 반복해 수익률이 나빴다”며 “최근 2∼3년부터는 장기투자 수익률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연기금 운용의 벤치마킹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도 정보기술(IT) 버블로 세계 증시가 일제히 침몰하던 2000년 초부터 3년 연속(2000∼2002년) 기금운용 적자를 냈다. 총자산이 2607억 달러에 이르는 캘퍼스는 자산의 65.5%(2006년 말 기준)를 주식에 투자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국민 전체의 보험료인 국민연금기금은 최우선 가치가 안정성이고 수익성은 그 다음”이라며 “주식투자 확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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