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이통요금 인하 전쟁 시작”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1분


“이제 한국에서도 ‘프라이스 워(Price War·요금인하 경쟁)’가 시작될 것이다.”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인 배준동 전무는 4일 가족할인 요금제 등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발표한 직후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금인하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은 지금까지 규제기관인 정보통신부의 경쟁 정책에 보조를 맞춰 ‘수세적’으로 추진한 통신요금 전략이 앞으로 ‘공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 등 경쟁기업들은 요금 인하 경쟁 가속화로 수익성 악화와 독점 가능성 심화 등 악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 SK텔레콤, ‘요금전략팀’ 신설

SK텔레콤은 마케팅부문 내에 요금전략만을 담당하는 마케팅전략2팀을 신설하고, 요금상품을 통한 우량가입자 확보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회사에서 요금전략만을 위한 팀 단위 조직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케팅전략2팀은 휴대전화기 보조금 등 비용을 줄이는 대신 장기 우량가입자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요금할인 전략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 우량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몰릴 경우 ‘저비용 고수익’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정통부 규제로 지금까지 요금제를 주도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며 “새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키로 한 만큼 우리도 요금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KT 등 경쟁기업 ‘비상’

KT 등은 SK텔레콤의 공세적인 요금 인하가 ‘남의 살을 깎아 이익을 내는’ 방식이라며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F와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업체들은 “파격적인 장기 가입자 요금할인 등 경쟁력 있는 대응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규제를 벗어난 요금 경쟁은 SK텔레콤의 시장 독점을 공고히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가족 간 통화요금을 할인해 주는 SK텔레콤의 요금인하 방안이 기존의 시내전화 시장을 잠식하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후에는 초고속인터넷 시장 잠식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유선시장 1위 기업인 KT의 긴장감이 크다.

KT는 이미 시내전화 시장 90.4%, 초고속인터넷 시장 44.3%를 차지하고 있어 요금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해도 더 얻어낼 것이 별로 없어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4일 SK텔레콤에 대응하는 요금인하를 발표한 KT의 이병우 마케팅부문장은 “(정부시책과 시장변화에 따르기 위한) 자기희생적인 조치다. 이로 인해 회사가 이익을 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하 효과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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