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치명적 유혹 ‘나만의 배기음’을…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3분


치명적 유혹 ‘나만의 배기음’을 찾아서…

‘부우웅∼∼.’

1994년 여름. 현대자동차 ‘스쿠프’를 몰고 가던 중 창문을 닫아 놓았는데도 저음의 힘찬 배기음이 뒤에서부터 다가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BMW의 5시리즈(E34모델)였습니다. 요즘 판매되는 5시리즈(E60모델)보다 당시의 BMW는 배기음이 훨씬 컸습니다.

차는 조용한 것도 좋지만 일부 자동차 마니아에겐 우렁찬 배기음이 멋지게 들리기도 합니다. 기자도 마니아의 기질이 있었는지 단번에 5시리즈 배기음에 반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멋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당시 오프로드 레이싱팀을 이끌던 지인에게 달려가 문의한 결과 소음기를 바꾸면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출력도 약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엔진에서 연소된 가스를 최종적으로 배출하는 소음기는 머플러, 사이렌서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립니다. 소음기가 배기가스 정화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는데 배기관 중간에 붙은 ‘3원 촉매’라는 별도의 부품이 정화 역할을 맡습니다.

결국 지인의 추천으로 30만 원 정도 하는 튜닝용 소음기를 구입해 붙였더니 배기음이 정말 몇 배로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는데 1년 정도 지나면서 유리섬유 흡음재가 빠져나가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불쾌할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들어오더군요. 특정한 엔진 회전수에는 공명음까지 발생해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본래 차에 맞게 설계된 제품이 아니어서 큰 소리만 냈을 뿐 ‘포스(힘)’가 느껴지는 배기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이죠.

출력 면에서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흡기시스템과 배기관, 소음기, 연료분사시스템(ECU)의 하모니가 이뤄져야 엔진의 힘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인생의 진리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있었는데도 ‘조용함’을 참지 못해 현대차 ‘마르샤’, GM대우차 ‘아카디아’, BMW ‘740i’ 등 구입한 자동차마다 소음기를 바꾸고 말았습니다. 출력에 대한 욕심으로 흡기와 ECU까지 함께 튜닝하는 ‘대(大)공사’도 벌였죠. 깨달음도 마니아적인 호기심과 욕구를 이길 수는 없나 봅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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