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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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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SK에너지기술원.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를 개발하는 HEVB팀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영하 30도로 온도를 낮춘 방에 넣어 극한 상황에서의 배터리 기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한세경 HEVB팀 연구원은 하이브리드카 페달을 밟으며 “휘발유값이 L당 2000원 가까이 돼 놀랐다”며 “영하 3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견디고, 자동차 내구연한인 10여 년 동안 출력이 떨어지지 않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지구온난화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기술원 소속 연구원 350여 명은 미래 대체에너지 개발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 신재생에너지 시장 선점
SK에너지기술원이 개발하는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는 리튬전지로 기존 니켈수소전지보다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하이브리드카 전쟁’에서 한국이 한발 늦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가 국내 기업에 앞서 하이브리드카를 상용화한 데다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시장도 일본 파나소닉EV에너지가 독점하고 있다.
“리튬전지만 제대로 개발하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개당 100만 원대로 맞춰 경제성을 높이고 리튬전지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겁니다.”(이중휘 HEVB팀 수석연구원)
기술원은 지난해 리튬전지를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에 탑재해 운행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바로 옆 건물에서는 올해 상반기(1∼6월) 중으로 개장할 ‘수소 충전소’의 막바지 점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소 충전소에서는 일반 차량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는 것처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수소를 넣게 된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연료 전극과 공기 전극에 각각 수소와 공기를 공급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굴러간다.
김일수 연구기획팀 선임연구원은 “기술원 내 수소 충전소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화된 기술을 적용했다”며 “수소 충전소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마법의 물질’ 개발에 고군분투
기술원 석유랩(lab)은 회식 때마다 조인호(상무) 수석연구원이 “칼슘이여∼”라고 선창하면 연구원들은 “없어져라∼”라고 외친다.
석유랩의 임무는 칼슘, 유황, 산 등이 함유돼 일반 원유보다 가격이 20% 저렴한 저급(低級)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첨가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첨가제는 저급 원유에 섞인 칼슘을 칼슘염으로 만들어 물로 씻어 제거해 석유제품으로 바꿔 주기 때문에 ‘마법의 물질’로도 불린다.
엄대원 석유랩 연구원은 “외국계 정유공장에서 첨가제를 사들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다 보니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첨가제를 울산 공장에서 처음 생산할 때에는 사고에 대비해 공장에서 오전 1, 2시까지 지냈다”고 말했다.
김원석 연구기획팀 부장은 “한국은 ‘자원빈국’이지만 미래의 에너지 확보 전쟁에서는 자원 보유량보다 에너지 처리기술 수준이 중요하다”며 “SK기술원은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의 심장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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