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병행수입 판매 효과 있다? 없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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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수입차 시장에 가격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던 SK네트웍스의 병행수입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에서 직접 수입해서 판매하는 차량들의 가격이 예상외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옵션제를 도입함에 따라 별로 필요하지 않은 편의장치까지 모두 넣은 ‘풀옵션’ 모델을 팔아 온 정식 수입업체의 판매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 인하

김명호(41) 씨는 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SK네트웍스의 S모빌리언스 수입차 매장을 찾았다.

메르세데스벤츠 ‘S500’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김 씨는 정식 수입업체보다 가격이 10∼15% 싸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을 방문했지만 편의장치와 서비스를 같은 수준으로 맞춰 구입 조건을 비교해 보니 가격 차가 5% 정도밖에 나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SK에서 판매하는 S550(S500의 미국명)을 벤츠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차량과 비슷한 조건으로 맞췄더니 1억8490만 원이 나왔다. 전날 벤츠 정식딜러에게서 받은 견적은 1억9360만 원으로, 87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김 씨는 “SK네트웍스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생각보다 싸지 않아 정식 수입업체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벤츠뿐만 아니라 BMW 750Li나 렉서스 LS460L(5인승) 등 SK네트웍스에서 병행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차종은 편의장치와 서비스를 정식 수입차와 똑같이 맞추면 가격 차가 5% 정도밖에 안 난다.

정식 수입업체들이 이들 차종에 대해 자동차 취득세, 등록세 지원과 리스 금액 할인행사 등을 통해 적게는 500만 원에서 최고 2000만 원까지 할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선택옵션제는 긍정적 효과 예상

정식 수입차량과의 실질적인 가격 차는 크지 않지만, SK네트웍스에서는 사용빈도가 낮은 편의장치를 뺄 경우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식 수입업체는 뒷좌석의 편의성을 높여 주는 프리미엄 패키지나 야간에 적외선으로 전방의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 주는 나이트 뷰 등 값은 비싸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편의장치가 대부분 들어간 ‘풀옵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SK네트웍스에서는 선택옵션제를 도입해 필요 없는 편의장치는 빼고 구입할 수 있어 옵션을 적절히 선택하면 정식 수입차량보다 최고 30%까지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에 자극받은 수입차 회사들은 다양한 옵션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MW는 ‘320i’ 모델의 편의장치 일부를 빼고 가격을 낮춘 ‘320i SE’ 모델을 선보였다. 렉서스도 LS460 모델의 고가 편의장치를 빼고 가격을 2000만 원 낮춘 모델을 내놨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SK네트웍스로 인한 수입차 가격인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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