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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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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28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그동안 투기세력으로 낙인찍혔던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헤지펀드의 유용성을 인정한 가운데 2009년부터는 헤지펀드 설립이 국내에서도 허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고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들 헤지펀드에 눈독
헤지펀드는 투자금을 갖고 외부에서 차입을 해 증시의 등락과 상관없이 절대수익(통상 8∼10% 이상)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주식, 채권은 물론 부동산, 상품(원유 등 각종 원자재), 지수 등 돈이 될 수 있으면 어떠한 자산이든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백%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나대투증권은 싱가포르에 ‘펀드오브헤지펀드’(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고 다음 달 3일부터 외국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판매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정태 사장은 “2, 3년 안에 헤지펀드 자산규모를 1조 원까지 늘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열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싱가포르에 1억 달러(약 930억 원) 규모의 사모 헤지펀드를 내년 초에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신영증권은 국내 주식을 공매도(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 방식으로 운용하는 헤지펀드를 케이맨제도에 등록해 22일 내놓았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헤지펀드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안드레아스 노이버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헤지펀드 규제가 풀리면 대체투자 수단으로 헤지펀드를 한국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슈로더도 펀드오브헤지펀드의 국내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 육성에 핵심 역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8900개의 헤지펀드가 1조50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11년 전인 1995년에 비해 금액은 15.5배, 펀드 수는 3.2배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 자본시장에서 헤지펀드는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헤지펀드는 투자은행(IB)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헤지펀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은행의 각종 금융상품을 충분히 매입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인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정부가 헤지펀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헤지펀드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경영권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김갑식 팀장은 “최근 헤지펀드가 기업지분을 취득한 뒤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자산을 분할하는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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