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07’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취임 20주년의 성과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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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액… 9억 달러… 663억 달러… 73.7배로

브랜드가치…세계 21위, ‘난공불락’ 소니 추월

경제비중…매출액, 국내총생산의 18% 차지

이건희(사진) 삼성그룹 회장이 다음 달 1일로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삼성은 20주년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등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별검사법이 발효되는 등 그룹 경영에 ‘먹구름’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폭로 사태와는 별개로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끈 이 회장의 리더십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 회장이 취임 후 20년 동안 보여 준 리더십은 도전과 성공의 연속이었다.

이 회장은 1987년 취임 직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21세기 초일류 기업 달성’이라는 비전과 ‘조(兆) 단위 순이익 실현’을 약속했다.

1993년에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국내 경영 풍토를 양(量) 중심에서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질(質)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의 약속은 지켜져 삼성은 20년 동안 반도체,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모니터 등 세계 1위 제품을 줄줄이 탄생시켰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올해 ‘인터브랜드’ 평가에서 169억 달러로 세계 2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2년에는 시가총액에서, 2005년에는 브랜드 가치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일본의 소니를 앞지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의 매출액은 이 회장 취임 당시인 1987년 17조 원에서 지난해 8.9배인 152조 원으로, 2700억 원에 불과하던 세전(稅前)이익은 같은 기간 52.6배인 14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삼성의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140배인 140조 원으로, 수출은 9억 달러에서 73.7배인 663억 달러로, 해외직원을 포함한 임직원 수는 16만 명에서 1.6배인 25만 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해,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8%, 시가총액은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1%나 된다.

삼성의 이런 성과에 놀란 일본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5년 12월 게재한 ‘일본 전자기업의 위기’라는 특집기사에서 “왜 일본 기업에는 이건희 회장 같은 경영자가 없나?”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영 성과가 최근의 폭로 사태로 빛이 바래고 있다”며 “검찰이나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 해외 신인도 추락 등으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는 그대로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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