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27>대우증권…되찾은 1위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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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역사와 전통, 강점이자 약점

37년 역사를 지닌 대우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의 명가(名家)’다. 투자자의 신뢰를 먹고 사는 증권업계에서 전통은 ‘신흥 강호’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잡지 않고 전통과 역사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복고 취향, 또는 회고조로 흐를 수도 있다. 동아일보는 대우증권에서 근무하는 주요 임원과 타 증권사의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대우증권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익명을 전제로 칭찬과 비판, 조언을 쏟아냈다. 현재의 위치에 따라 표현은 다소 달랐지만 논지는 결국 전통의 문제로 귀결됐다.

대우증권의 강점은 전통에서 비롯된 끈끈한 기업 문화와 우수한 인재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장 홍성국 상무는 대우증권의 강점으로 “1등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을 꼽았다. 홍 상무는 “1등 기업이 위상을 잃었다가 다시 선두권으로 복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대학 강좌에 인용될 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임원은 “열정과 도전, 창의와 혁신이라는 기업 문화가 결합된 조직이 바로 대우증권”이라고 강조했고, 경쟁사의 애널리스트는 “오랜 역사와 경험에서 오는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배출”을 대우증권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전통은 대우증권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중개 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고객 저변이 넓지 않고 연령층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중개 영업 비중을 반영하는 주식약정점유율은 오프라인 업무를 하는 증권사 가운데 1위이지만 증권 영업 직원 1인당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 수익은 타사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다.

대우증권이 가진 보수적인 이미지는 이전부터 거래해 온 고객층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 데는 불리한 점이 있다. 젊은 고객일수록 온라인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등 시장 변화도 대우증권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지분 39.09%를 보유한 대주주이면서 모(母)회사다. 그래서 산업은행의 향후 행보는 대우증권의 장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2>성장의 열쇠 쥔 ‘지원군’ 산업은행

정부는 산은의 대우증권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를 대우증권에 넘겨 ‘선도적 IB’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각을 하더라도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이후 4, 5년은 지나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 내부에는 국책은행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회사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우증권 홍보담당 김진걸 상무는 “자통법 시행에 맞춰 산은의 IB 업무가 이관되는 것은 회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통법을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산은의 IB 업무를 이관해 이 부문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대우증권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테일 담당 신재영 상무는 “산은과의 경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경영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부에서는 “확실한 주인이 없는 불완전한 지배구조와 산은의 불안한 대주주 역할이 장기 전략 수립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경영자(CEO)가 자주 교체되면 확실한 성장 로드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계 대주주의 지나친 경영 간섭은 증권사의 효율성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증권업계의 판도는 자통법 시행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대다수 증권 전문가는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면 증권업계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우증권도 이런 전망에서 예외가 아니다. IB 성공 여부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홍성국 상무는 “자통법은 자본시장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증권사로서는 글로벌 IB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획담당 현정수 상무는 “자통법 시행으로 인한 업무 영역 확대, 국책은행 기능 재편 방안에 따른 산은 IB 부문과의 협력 및 연계가 앞으로 대우증권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은 계열사 대우증권이 정부가 주도하는 IB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발전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게 대우증권 내부의 기대 섞인 예측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증권이 산은 계열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우증권이 ‘금융 빅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수적인데, 국책은행 계열사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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