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기아차 ‘협상 따로 파업 따로’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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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위한 협상인가, 협상을 위한 파업인가.’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협상 태도를 보면 절로 드는 생각입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8,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18일까지 모두 9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였습니다.

이번 주만 해도 20일까지 줄줄이 부분파업을 예고해 놓은 상황입니다.

실질적인 임금협상이 2일부터 시작됐으니 근무일 14일 동안 사측과의 본교섭이 있었던 5일을 제외하고 모두 파업을 한 셈입니다.》

파업은 노조의 단체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 무기입니다. 평화적 협상만으로는 여의치 않을 때 의존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2차교섭 만에 파업을 들고 나왔고, 사측이 임금안을 제시했지만 파업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습니다.

파업이 협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변질된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하니 기아차 노조에 대해 ‘협상 따로 파업 따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아차 노조가 제시한 임금협상안은 어떨까요.

노조 측은 ‘기본급 대비 8.9% 오른 12만8805원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으로 통상급(기본급과 일부 수당을 포함한 급여)의 200% 일괄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분임원들의 수당 1만2000원 신설과 함께요.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회사가 처한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아차는 2006년 2분기(4∼6월) 이후 네 분기 연속 적자를 냈습니다. 1년간 영업손실만 2300억 원이 넘습니다.

백번 양보해 사측이 노조안을 수용해 임금을 조금이라도 올려 준다고 칩시다. “적자 내는 회사가 돈 잔치를 벌였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국민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노조에서도 할 말은 있겠지요. 외환위기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일터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받을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받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의 아픈 기억’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은 비합리적인 요구를 할 게 아니라 모두가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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