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의 자동차 이야기]진정한 명품 자동차는 스위치부터 다릅니다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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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시승차를 운전할 때 가장 먼저 유리창을 오르내리게 하는 윈도 스위치를 조작해 봅니다.

스위치의 작동감 하나로도 자동차의 품질 수준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스위치 작동감과 차의 품질이 동떨어진 차는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사소한 부품 하나로 어떻게 2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의 품질 수준을 대충이나마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위치는 예상외로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신체에서 가장 신경이 발달한 손가락 끝의 감성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스위치 안에 들어가 있는 스프링의 원료가 되는 스프링강(鋼)의 품질에서부터 탄성(彈性), 다른 부품과의 조합, 플라스틱 재질, 전기 접촉점의 설계, 디자인 등 감안해야 할 변수가 수십 종류에 이릅니다.

이런 변수가 모두 딱 맞아떨어져야 스위치를 작동하는 운전자는 손가락을 통해 고품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철강 등 기초산업에서부터 자동차 연구개발과 까다로운 품질 관리, 수준 높은 부품업체 등이 모두 갖춰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명품’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회사는 스위치에서 시작해 가죽 시트의 촉감과 바느질, 심지어 실내 부품의 냄새까지도 신경을 씁니다.

2만여 개의 부품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명차로 인정받습니다. 수억 가지의 변수를 놓고 헤아릴 수 없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민하고 연구해야 가능한 것이죠.

명품인 척하는 자동차와 명품 자동차는 때로는 비슷해 보일 때도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차 내부를 들여다보면 확연한 차이가 보입니다.

명품 브랜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고 성능에도 별 상관이 없는 부분도 깔끔하게 처리해 놓습니다.

경영자에서부터 조립 노동자까지 명품을 만든다는 자세가 갖춰졌기 때문이죠.

현대자동차는 올해 말 내놓을 ‘BH’를 발판으로 명품 자동차브랜드로 올라서려 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인 ‘명품 마인드’를 가지지 못하면 명차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현대차 스스로도 잘 알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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