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오프로드 체험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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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심 속을 조심스레 달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사실 좀 어색하다. 경마장에 갇힌 야생마와 같다고 할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본능을 누르는 모습이다. 한국에는 정통 SUV가 달릴 오프로드가 적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최근 SUV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었다. 이달 초 랜드로버 코리아가 강원 정선군 백두대간에서 개최한 오프로드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차량은 6기통 2720cc 디젤엔진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코스는 정선군 사북읍의 11km에 이르는 비포장 석탄 운반로와 해발 1572.9m의 함백산 정상으로 향하는 포장도로 10km 구간이었다.

석탄을 운반하던 산길로 접어들기 전에 변속 기어 아래쪽에 위치한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TRS) 다이얼을 ‘오프로드’에 맞췄다. TRS 다이얼은 오프로드 외에 자갈밭과 진흙, 모래, 바윗길 등 5가지 지형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형 모드를 정하면 거기에 맞는 최적의 주행 조건을 차량이 자동으로 설정한다. 다음으로 차고조절 버튼을 누르자 에어스프링이 차체를 바퀴 축으로부터 10cm 이상 들어 올렸다.

본격적으로 산길에 올랐다. 낭떠러지 추락 방지 펜스가 없어 처음엔 긴장이 됐다. 육중한 차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가속 페달을 지나치게 세게 밟자 바퀴가 급하게 헛돌기 시작했다. 차는 잠시 뒤뚱거렸다. 하지만 계기반 주행안전시스템(DSC) 불이 깜빡이며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프로드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주행 속도를 높여 갔다.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타는 핸들링 ‘손맛’과 노면에 따라 가속 페달을 조절하는 ‘발맛’은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했다.

앞차가 뿜어내는 먼지와 자갈을 헤치며 40여 분을 달리자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고봉(高峰) 중 하나인 함백산 정상에 다다랐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급사면 속도제어장치(HDC)’를 시험해 봤다.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한 다음 HDC를 누르자 잠김방지제동장치(ABS)가 자동으로 작동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속으로 길을 내려왔다.

랜드로버는 역시 오프로드에서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차로 가득 찬 아스팔트 길 위주의 한국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헤드레스트(머리받침)가 고정돼 있어 불편했고 인테리어가 다소 투박해 아쉬웠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6990만 원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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