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부시 통화… FTA 막판 절충

카타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오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요 쟁점인 자동차, 쇠고기 등 농업, 섬유 문제 등에 대해 막판 절충을 시도했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적극 나섬에 따라 한미 FTA 협상은 시한(한국 시간 31일 오전 7시) 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 FTA 협상이 양국에 균형 있게 이익을 가져옴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 협상 대표단에 상호 최대한의 유연성을 갖고 협상하도록 지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쌀 및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양 정상의 전화 통화는 이날 오후 8시 45분(한국 시간)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카타르 도하 시내 숙소에 먼저 전화를 걸어 20분간 이뤄졌다.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통상장관급 회담을 갖고 FTA 협상 일괄 타결을 전제로 농업 자동차 무역구제 섬유 등 핵심 쟁점 ‘빅딜’(주고받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쇠고기 시장 개방에 관해 관세 폐지뿐 아니라 검역기준을 완화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또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29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쌀이 포함되면 이번 협상은 깨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이 발언을 대통령의 뜻으로 봐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은 결국 양국 정상 간의 ‘결단’에 의해 시한 내에 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국 측 협상단 관계자는 “30일 밤늦게나 31일 새벽이면 협상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30일 오전 귀국하는 대로 김현종 본부장에게서 협상경과를 보고받고 농업, 섬유, 자동차 등 분야의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막바지 협상을 조율할 예정이다.

도하(카타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