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글로벌 테마파크’]<下>‘한국형 테마파크’ 가능한가?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글로벌 테마파크 사업지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절실하다.”

유니버설스튜디오 파크&리조트의 마이클 실버 부사장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본보 취재팀과 만나 한국형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테마파크 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높고 주5일제 정착으로 여가 문화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결정적인 규제 완화와 각종 유인책이 아쉽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디즈니랜드(서울) 유니버설스튜디오(인천 송도) MGM(부산) 등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좌고우면하다 놓친 테마파크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수도권 개발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정부 부처 간 충돌이다.

1999년 레고랜드 유치가 무산된 것도, 디즈니랜드 조성을 두고 지난해까지 각종 ‘설(說)’만 넘쳐난 것도 부처 간 이견으로 테마파크 유치에 필요한 땅을 못 찾은 게 결정적이었다.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는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며 테마파크 유치에 찬성했으나 다른 일부 부처는 자연보전권역 내에서 6만 m²(1만9000평) 이상의 개발을 불허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들어 반대했다.

정부는 2005년 7월 그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에 테마파크 등 대규모 개발을 허용하자고 의견을 모았으나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이런 여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3월 부산시는 MGM 측과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으나 현재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30만 평의 땅 가격을 놓고 MGM은 평당 최대 20만 원씩 총 600억 원을 제시한 반면 부산시는 개발 기대심리로 땅값이 올라 평당 최대 100만 원씩 총 3000억 원은 받아야 한다고 맞선 것.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산시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협상시한(지난해 7월)을 넘겼다.

일본 홍콩이 각각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투자 협상에 나서고, 프랑스가 디즈니랜드 파리 유치를 위해 땅값을 16년 전 농지가격을 적용해 산정하는 등 과감한 승부를 건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당 100억 원이 넘는 놀이기구를 융자에 필요한 담보로 인정하는 등 세제(稅制)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테마파크 등 유원시설업, 관광호텔업 등에 대해 3년간 한시적으로 종합부동산세율을 0.8%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테마파크와 상생 통해 시장 키워야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기존 테마파크와의 ‘윈-윈’ 전략으로 한국 테마파크 시장을 아시아 권 규모로 키우려는 시도가 번번이 벽에 부닥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디즈니랜드의 유치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신규 사업지 개발이 워낙 어려워 서울랜드 등 기존 테마파크 용지를 인수하려다 국내 관련 업계의 반발을 불러온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홍콩은 이런 측면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

2005년 디즈니랜드가 개장하면서 그때까지 홍콩의 간판 테마파크였던 오션파크의 침체를 예상하는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디즈니랜드 개장 이듬해인 2006년 오션파크의 입장객은 전년보다 10%가량 늘었다.

폴 페이 오션파크 세일즈 마케팅 전무는 “디즈니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오션파크의 장점인 홍콩 특유의 감성이 담긴 시설을 부각시켰고 결국 테마파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국 고유의 캐릭터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을 고민해야 글로벌 테마파크가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스즈키 히로시(鈴木弘) 도쿄 디즈니랜드 홍보팀장은 “한국 테마파크의 이벤트를 보면 일본의 그것과 유사한 것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디즈니랜드 파리 설계를 주도한 프랭크 스타넥 씨는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에 단순히 한복을 입힌다는 개념으로는 안 된다”며 “치밀한 시장조사로 많은 연령대가 공감하면서도 미국 일본 등에서 보기 힘든 브랜드와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스앤젤레스·올랜도=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도쿄·오사카·홍콩=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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