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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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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 본사의 아침은 중국어로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탄 사원들의 눈과 귀는 사내(社內) 방송용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중국어 강의 한마디에 쏠린다.
최고경영자(CEO)라고 다를 게 없다. 김신배 사장은 3월부터 중국어 개인교습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중국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직접 챙길 작정이다.
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꼽히는 SK텔레콤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중국 미국 베트남 등의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것.
○ 글로벌 기업을 향한 비상
SK텔레콤은 지난해 10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에 이어 2년 연속 연 매출액 10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낸 것이다. 가입자도 20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분위기다. 매출액의 90% 이상을 국내 시장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전망은 예전만 못하다. 시장 성장세가 꺾이고, 주력사업인 음성통화 시장의 매출도 제자리걸음이다. 이 회사가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기술과 운용능력 등의 핵심역량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주회사 세워 중국시장 공략
SK텔레콤은 올해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지주회사를 세우고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은 규모와 성장 잠재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 게다가 우리와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SK텔레콤은 2000년 중국 제2의 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사업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2001년 조인트벤처인 UNISK도 세웠다. 지난해에는 차이나유니콤의 전환사채(10억 달러 상당)를 사들였다.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TD-SCDMA’ 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중국 정부와 체결했다.
○ 차별화된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일구는 ‘아메리칸 드림’
SK텔레콤은 통신기술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업체 어스링크와 함께 회선임대이동통신(MVNO) 서비스 업체인 ‘힐리오(HELIO)’를 설립한 것.
미국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73%로 시장 규모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데이터 통신 비중도 8%에 불과해 무선인터넷 사업의 전망도 밝다. 200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힐리오는 차별화된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젊은 층을 파고들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 7만 명을 확보했다. 올해는 유통망과 단말기 종류를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 25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 베트남에 부는 ‘통신 한류(韓流)’
성장 가능성이 큰 베트남도 SK텔레콤이 공을 들이는 시장. SK텔레콤은 2003년 7월 현지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S-Fone’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15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SK텔레콤은 베트남 최초로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EV-DO) 서비스 망을 구축한 여세를 몰아 2008년까지 가입자 400만 명의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인재 채용에 국경은 없다”▼
SK그룹은 ‘국경 없는 인재 채용’으로 유명하다. 그룹 창립 당시부터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기업관을 확립한 SK그룹은 인재 채용에서도 “사업에 국경이 있을 수 없듯이 인재 채용에도 국경이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 그룹 각 계열사의 사업이 글로벌화하면서 핵심 인재를 찾는 패러다임도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 그룹의 설명이다.
○ ‘글로벌 오픈 채용 제도’로 각국 인재 영입
SK그룹의 대표적인 글로벌 인재 채용 제도가 ‘글로벌 오픈 채용제도’다. 이 제도는 2000년대 이후 SK그룹이 계열사별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사업에 필요한 인재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채용해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로 육성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2005년 하반기에 한국 및 중국 현지에서 공개 채용방식으로 중국인 신입사원 20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에서 기업문화를 체험한 뒤 각 계열사의 중국 사업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중국뿐 아니라 SK그룹은 국적을 망라한 우수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 경영학석사(MBA) 및 연구개발(R&D) 석·박사 등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한 인재 60여 명을 선발했다. SK그룹은 “새로 채용한 인재 대부분이 각 지역의 상위 20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 ‘제2의 SK’ 건설 위한 중국 인력 확보 총력전
특히 SK그룹의 중국 인력 채용은 가장 활성화된 글로벌 인력 채용이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2005년보다 2배 늘어난 40여 명의 중국인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채용한 중국 인재들은 칭화(淸華)대, 베이징(北京)대, 푸단(復旦)대,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저장(浙江)대 등 중국 상위 6개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며 이 중 30명이 석·박사급”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중국에서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SK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을 잘 이해하면서도 한국 문화에 익숙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현지화 전략에 따라 중국 인재들을 중국 사업의 최선봉에 내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유학 온 인재를 잡아라…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또 SK그룹은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제도다. 지난해에는 지원자 750여 명 가운데 165명을 선발해 ‘글로벌 인턴’으로 채용했다. 올해도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의 특징은 현업 실무자가 부서 면접을 진행하고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것. 이를 통해 글로벌 인턴의 현업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이 SK그룹의 설명이다.
글로벌 인턴 가운데는 영어권 및 중국어권 국가의 학생 외에도 독일, 루마니아, 일본 등 여러 국가 출신의 유학생이 포함됐다. 이들은 실무를 도울 뿐 아니라 해비탯 봉사활동과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SK 아스팔트 대륙을 덮다▼
SK㈜가 만든 아스팔트가 중국 대륙을 덮고 있다.
현재 SK㈜가 개발한 고급 아스팔트는 중국 내 수입 고급 아스팔트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 중국에 처음 아스팔트를 수출한 SK㈜가 진출 10년이 채 안돼 중국 수입물량의 절반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국내 처음 개발한 ‘분자결합형 고분자 아스팔트’(제품명 슈퍼팔트)를 적극 마케팅한 데 따른 것.
기존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는 고온에서 점도가 떨어지는 반면 저온에서 유연성이 저하되지만, SK㈜가 만든 아스팔트는 분자 상태에서 입자를 촘촘히 결합해 변형과 균열을 예방한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포장도로 수명도 2배 이상 늘릴 수 있어 고급 아스팔트 전략이 중국시장에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또 별도 로열티 지급 없는 100% 국산기술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SK㈜는 앞으로 자사 아스팔트가 포장되는 고속도로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삼아 휴게소, 주유소 등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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