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국내증권사 ‘해외투자은행’으로 변신중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국내 증권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가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선진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증시도 기업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AP 자료사진
국내 증권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가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선진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증시도 기업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AP 자료사진
대우증권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유연탄 광산을 개발하고 있는 현지 회사 지분(18%)과 회사채를 약 430만 달러(약 40억 원)에 인수했다.

대우증권 측은 이자와 배당 등으로 앞으로 수 년 동안 2000만 달러(약 188억 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가 카자흐스탄의 경제 도시 알마티에서 개발하는 주상복합단지 사업에 약 260억 원을 투자했다. 또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대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안정적인 중개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해 오던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으로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국내 증권사, IB로 변모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도 주식중개 자산관리 등 각종 수수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개인 투자자 비중이 감소하는데다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부문은 사실상 성장성과 수익성 양 측면에서 모두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선진 증권사의 ‘투자은행 변신’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투자은행의 핵심 업무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이 성사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언하는 역할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중개 차원을 넘어 이들 사업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증권사 자본으로 직접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Principal Investment)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3월) 한국투자증권(4월) 현대증권(7월) 등이 앞 다퉈 PI부서를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위원은 “2005년 미국 증권사의 투자은행 업무 수익은 전체 수익의 48.6%로 수수료 수익(28.3%)을 크게 앞섰다”며 “선진 증권사는 투자은행 부문의 기여가 커지면서 높은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의 땅, 해외로 적극 진출

국내 증권사가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식 개발모델’을 지향하는 동남아시아 신흥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증권 측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약했던 호주의 맥쿼리 증권은 후진국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에 주목해 세계적 IB의 반열에 올랐다”며 “한국 경제 발전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아시아 신흥시장이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지난해 8월 신한은행 등과 함께 중국의 자산관리공사로부터 2800억 원어치의 부실채권(NPL)을 사들였다. 외환위기 때 부도 위기에 처해 헐값에 팔린 일부 국내 기업들이 회생 과정을 거쳐 높은 가격에 다시 매각된 것처럼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베트남의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영기업의 지분투자 및 기업공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엔 중국의 부동산과 부실채권 투자 등으로 IB업무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IB업무에 소극적이던 삼성증권도 신년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를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올해 PI에 약 2000억 원을 투자하고 M&A분야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요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현황
구분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현대증권삼성증권한국증권
주요전략해외자원 개발, 수익구조 안정화차원비상장사 지분 인수 및 해외 직접투자부동산 관련 직접투자, M&A 참여, SOC투자올해 2000억 원 규모로 PI 분야에 신규 진출베트남 등 신흥국가의 SOC사업투자
주요 투자은행 업무인도네시아의 광산개발 참여, 중국의 조선소 벌크선 제작에 투자농심의 전환사채(CB) 전액 인수.샘표식품 최대주주중국, 베트남 SOC 투자M&A 참여 등주택사업, 토지매입 주선, 고속도로 주식과 후순위채)
자료: 각 증권사, 굿모닝신한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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