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전경련 회장단회의 “姜회장 연임 일부만 찬성”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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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부회장 사퇴까지 무슨일 있었나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한국의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차기 회장 선임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3연임이 확실시되던 강신호 회장이 회사(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싸고 둘째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된 데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실상 강 회장의 연임에 반대해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본보 3일자 32면 참조

▶ 전경련 심상찮다…김준기 부회장 총회 1주일 앞두고 사퇴

또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상당수 그룹의 내부 분위기도 강 회장의 연임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 전경련 회장단 회의 전의 분위기

전경련은 지난달 25일 회장단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

전경련 회장 선임 문제를 실무 조율해 온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본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회장단회의 전에 재계 원로들과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에 강 회장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 4개 그룹은 “회장단회의의 대세를 따르겠다”며 구체적인 찬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4대 그룹을 제외한 모든 회장단의 의견도 들어 본 결과 강 회장의 연임을 찬성한 사람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과 비교적 사세(社勢)가 약한 A그룹 회장 등 두 명 정도였다.

특히 일부 그룹에서는 전경련 측에 “강 회장 부자의 경영권 다툼 문제로 온갖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전경련이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회장단 회의 당일 표정

결국 의견 조율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1월 25일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열렸다.

조 부회장이 그동안 차기 회장 문제에 대한 경과 상황을 보고했으나 회장단은 회의가 끝나고 만찬을 마칠 때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회의 막바지에 ‘하위 그룹’ 회장 2명이 “대안도 없는데 강 회장의 연임으로 가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얘기를 듣고 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럼, 강 회장이 한 번 더 하시죠”라고 말했다고 조 부회장은 소개했다.

이에 따라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추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일부 중견그룹 회장은 “그래도 여기 참석하지 않은 회장단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간접적으로 강 회장 연임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전경련은 회장단회의 후 “강 회장이 재추대됐으며 이를 고사하는 강 회장이 일주일 동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추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던 셈이었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조 부회장은 2일 오후 동부 김 회장에게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전경련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부회장은 본보 기자에게 “강 회장에게 김 회장에 대한 보고를 했지만 강 회장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회장단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5일부터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들은 뒤 필요하면 일부 회장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때 전경련 회장직 연임을 고사한 강 회장이 ‘많은 상처’까지 입으면서 회장 자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차기 전경련 회장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당장 9일로 다가온 전경련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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