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심상찮다…김준기 부회장 총회 1주일 앞두고 사퇴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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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강신호(동아제약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총회를 1주일 앞두고 돌연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전경련 총회에서 강 회장의 연임일 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1일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서를 전경련에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김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 이유로 “그동안 전경련의 조직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계 안팎에서도 김 회장의 부회장직 사퇴가 9일로 예정된 전경련 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강 회장의 연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부회장은 2년 임기로 대부분 자동 연장된다. 회사 경영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부회장직을 사퇴한 것은 김 회장이 처음이다.

전경련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한 사례는 2005년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이 이 회사의 법정관리가 시작되면서 회장단에서 사퇴한 것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2005년 2월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은 뒤 처음 1년가량은 꼬박꼬박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며 전경련 운영에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전경련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해 지난해 초부터는 사실상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강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사퇴가 다른 전경련 회장단의 사퇴 도미노로 이어질지, 또 강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강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등 19명의 비상근 부회장, 조건호 상근 부회장 등 모두 21명으로 이뤄져 있다.

비상근 부회장들은 주로 회장단 회의 등을 통해 주요 경제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전경련의 운영과 관련한 사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 상근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준기 회장의 사퇴 의사만 들었을 뿐 사퇴 이유에 대해 확인된 것은 없다”며 “다음 주에 김 회장을 찾아 사퇴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둘째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사이에서 빚어진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 파문에 김 회장의 부회장직 사퇴까지 겹쳐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전경련은 한동안 ‘수장(首長)’이 없는 조직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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