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9일 열리는 전경련 총회에서 강 회장의 연임일 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1일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서를 전경련에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김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 이유로 “그동안 전경련의 조직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계 안팎에서도 김 회장의 부회장직 사퇴가 9일로 예정된 전경련 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강 회장의 연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부회장은 2년 임기로 대부분 자동 연장된다. 회사 경영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부회장직을 사퇴한 것은 김 회장이 처음이다.
전경련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한 사례는 2005년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이 이 회사의 법정관리가 시작되면서 회장단에서 사퇴한 것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2005년 2월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은 뒤 처음 1년가량은 꼬박꼬박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며 전경련 운영에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전경련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해 지난해 초부터는 사실상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강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사퇴가 다른 전경련 회장단의 사퇴 도미노로 이어질지, 또 강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강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등 19명의 비상근 부회장, 조건호 상근 부회장 등 모두 21명으로 이뤄져 있다.
비상근 부회장들은 주로 회장단 회의 등을 통해 주요 경제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전경련의 운영과 관련한 사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 상근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준기 회장의 사퇴 의사만 들었을 뿐 사퇴 이유에 대해 확인된 것은 없다”며 “다음 주에 김 회장을 찾아 사퇴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둘째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사이에서 빚어진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 파문에 김 회장의 부회장직 사퇴까지 겹쳐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전경련은 한동안 ‘수장(首長)’이 없는 조직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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