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부동산 대책… “펀드손실 보전” 年5000억 재정 투입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정부가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뼈대로 하는 ‘1·31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으로 민간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공공부문 역할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조성하는 임대주택 펀드의 수익률을 나랏돈으로 보장하면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올해 5000채 건설

1·31대책의 핵심은 총 91조 원의 임대주택 펀드를 재원(財源)으로 2017년까지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50만 채를 짓겠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펀드 투자자에게는 정부 재정으로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보장 수익률은 연 6%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보장에 필요한 재정지출은 연간 5000억 원씩으로 예상된다.

임대주택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법이 개정되면 올해 하반기(7∼12월) 중 비축용 시범사업으로 수도권(김포시 양촌면,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남양주시 별내면, 수원시 호매실동) 4000채, 지방 대도시 1000채 등 총 5000채의 장기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정부는 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저소득 무주택 서민에게 장기 저리(低利)로 돈을 빌려주는 ‘금리우대 모기지론’을 다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임차자금 보증대상 및 보증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저 수준의 주택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서민을 위해서는 정부가 쿠폰을 발급해 임대료의 일부를 보조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에 도움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은 평균 30평형으로 지어져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시장의 주택공급이 모자라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매각해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소형 평형 위주였던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바꿔 평균 30평형으로 짓기로 한 것은 시장 수요와 들어맞는 대목”이라며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면 전월세 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도 서울 강남지역의 고가(高價) 아파트 등 주택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국민 세 부담 증가 불가피

문제는 임대주택 펀드의 수익률을 재정으로 보장하기로 한 점이다.

정부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이 다 지어지는 2019년까지는 펀드의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주택을 일반에 매각하면 2028년까지는 손실을 보전하고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임대주택 한 채의 건설원가를 1억8000만 원으로 잡고 보증금 2500만 원과 월 임대료 52만1000원을 받으면 임대료 수익률이 연 3%에 이르러 투자자에게 보장해 줘야 하는 수익률(연 6% 안팎)과의 차이만큼만 재정으로 보전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후 주택가격이 매년 물가상승률(연 2.5% 가정) 수준만큼 오르면 10년 후 2억5000만 원에 팔아 재정 손실을 메운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증금과 임대료, 물가상승률 등은 장기 전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임대주택 펀드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적자 국채 등을 발행해 국가채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안재욱 교수는 “이런 대책을 지금 내놓은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한 이상 적극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이유가 없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 정책 실효성에 물음표도

정부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건설에 연평균 200만 평이 필요하다며 2008년부터 매년 전국 1650만 평(수도권 975만 평)을 공공택지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도심에서는 임대주택용 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부동산퍼스트의 곽창석 이사는 “추가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외곽에 건설된다면 수요가 공급에 못 미쳐 또 다른 ‘정부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오히려 공공임대를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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