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실적+비전’ 택했다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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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의 ‘사령탑’을 교체했다.

LG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LG텔레콤 사장을 지낸 남용(58) ㈜LG 전략사업담당 사장을 내년 1월 1일자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등 임원 30명에 대한 인사를 했다.

남 사장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LG필립스LCD도 내년 1월 1일자로 권영수(49) LG전자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이날 내정했으나 이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결정을 연기했다.

LG필립스 측은 “이사회 9명 중 필립스 측 이사인 4명이 정기주총 전에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다’고 반대해 안건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2003년 10월부터 LG전자를 이끌어왔던 김쌍수 부회장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만약 LG필립스LCD 사장도 바뀌게 된다면 1999년 9월 LG필립스LCD 출범 때부터 이 회사를 지휘했던 구본준 부회장 체제도 함께 끝난다.

이번 인사는 최근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분위기를 CEO 교체를 통해 호전시키기 위한 성격이 짙다.

○ LG전자, 주요 임원 대거 교체

LG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전략 기획력을 갖춘 국내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을 통해 글로벌 전자정보통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김쌍수 부회장이 ‘불도저식 리더십’을 통해 혁신과 실행을 강조했다면, 남 신임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좀 더 큰 틀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조5500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 7030억 원으로 줄어든 LG전자는 글로벌 경쟁이 극심한 휴대전화 부문을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이동통신업계 CEO 경험이 있는 남 부회장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내세운 이번 인사에서 LG전자의 4개 사업본부장 가운데 2개 사업본부장이 교체됐다.

휴대전화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박문화(사장)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이 경질되고 그 자리에 안승권(부사장) MC연구소장이 올랐다.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에는 강신익(부사장) 한국마케팅부문장이 임명됐다.

파격 인사도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법인에서 채용된 현지인 3명이 임원으로 내부 발탁됐으며, 조성진(상무) 세탁기사업부장은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실적부진 만회 승부수 던져

LG필립스LCD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재무 전문가인 권영수 사장이 내정된 것은 분위기 쇄신을 통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LG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LG필립스LCD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7020억 원의 적자를 낸 데다 내년에 필립스 지분의 매각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본준 부회장은 LG상사, 김쌍수 부회장은 ㈜LG의 전략사업부문으로 각각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LG반도체 대표이사까지 지낸 구 부회장과, 경남 창원공장에서 30여 년을 근무하며 국내 가전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 부회장의 ‘낙마’에 대해 “결국 임원은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다른 임원인사 내용.

◇LG전자 ▽부사장 △한국 마케팅 부문장 박석원 △최고재무책임자(CFO) 정호영 △중동아프리카지역 대표 김기완 △세탁기사업부장 조성진 △생산기술원장 이상봉 ▽상무 △곽준식 김태표 김혁표 류임수 류형대 박재룡 박희종 상두환 신동웅 이기선 이병주 이장화 이춘호 이현욱 전준 도미니크 오 에릭 서데이 존 헤링턴 ▽상무급 연구위원 △강배근 김태봉 김형정 백명철 신종민 이칭호 최고희 황정환

◇LG필립스디스플레이 ▽상무 △경영지원팀장 황선운 △신임 구매팀장 김성범

◇LG CNS ▽부사장 △통신네트워크 사업본부장 박계현 △하이테크 사업본부장 김도현 △경영관리본부장 김영섭 ▽상무 △금융사업부 신종현 △공공1사업부 한지원

◇V-ENS △대표이사 부사장 이우종

◇LG이노텍 △상무 하충신 신용철

◇LG엔시스 △대표이사 사장 정태수 △상무 함병헌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LG전자 남용 부회장

합리성 갖춘 전략가…구 회장 신임 두터워

남용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겸 부회장은 합리적 사고와 토론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948년 경북 울진 출생으로 197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같은 해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LG 기획조정실,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 등 경영전략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89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있을 때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면서 명예회장과 구 회장 부자(父子)의 신임을 얻었다.

1998년부터 8년 동안 대표이사로 몸담았던 LG텔레콤 사장에서 올해 7월 물러난 뒤 단 하루 만에 ㈜LG의 전략담당 사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런 신뢰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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