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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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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팔순인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고령을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조석래 회장과 김승연 회장도 “(전경련 회장 직에)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물밑에서는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 강 회장 ‘대안 부재론’ 업고 연임
가능성 대두
강 회장은 13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이가 들어 재계의 다양한 일을 처리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내년에 대선(大選)도 있고 하니 젊은 분이 나서서 전경련 회장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당초 거론되던 조 회장과 김 회장이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아무도 회장을 맡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 회장은 “한두 명은 나서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이 ‘대안 부재 상황’이 오면 떠밀리는 모양새로 연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회장의 거취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전경련 고위 임원들도 은근히 그의 연임을 바라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 내년 대선이 회장 직 고사(苦辭)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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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전경련의 노조위원장이 되고 싶다”는 돌출 발언까지 하며 전경련 회장에 강한 관심을 보여 왔다.
전경련 직원들도 힘 있는 주요 그룹 총수가 맡아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최근 참모들의 반대 의견을 수용해 뜻을 접었다.
모 그룹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전경련 회장이 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권교체와 함께 개혁 바람이 불 경우 전경련 회장이 경영하는 기업이 자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 주변에서는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회장도 “관심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높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것보다는 떠밀리듯 맡게 되면 주요 그룹에 지원을 요청할 명분도 선다”며 “대세론이 굳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관료 출신 전경련 임원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도 새 회장 선출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관료 출신 임원들이 여당의 정책라인과는 비교적 호흡을 잘 맞추고 있지만 386출신이 즐비한 청와대에서는 이들을 배척하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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