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습격’…주택대출 1억원 年이자 1년새 75만원 늘어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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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 다니는 전모(42) 씨는 지난달 초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강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은행에 1억2000만 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 당시 금리는 연간 5.68%였지만 실제 대출이 이뤄지는 이달 11일 기준 금리는 이보다 0.1%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전 씨는 “가만히 앉아서 한 달 만에 연 이자가 12만 원 늘어나는 걸 지켜보려니 조바심이 난다”며 “금리가 계속 올라 이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승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11일 신규 주택담보대출 때 적용하는 연간 금리는 5.41∼6.81%다.

은행별로 △국민 5.72∼6.72% △신한 5.71∼6.81% △우리 5.41∼6.71% △하나 5.76∼6.46%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저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1주일 전인 4일에 비해 0.03∼0.23%포인트 올랐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91일물)가 오르고 있는 데다 각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에 맞춰 우대금리를 계속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는 8일 기준 연 4.71%로 2003년 3월 28일(4.73%) 이후 3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 이자부담 커져…대출 부실화 우려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 이자 상환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12월 8일 집 담보로 연간 최저 4.66% 금리 조건으로 1억 원을 빌린 경우 대출이자는 466만 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이달 11일 같은 은행에서 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최저금리가 연 5.41%로 올라 연 이자가 541만 원으로 많아진다. 1년여 만에 이자부담이 75만 원 늘어난 것.

금융계에서는 금리가 더 오르면 11월 말 현재 213조872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일부가 부실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연구위원은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70%가량이 원금 일시상환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대출금 일부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도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 국민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면 가계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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