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윗세오름에 오르니, 순백의 설원 열리네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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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600m 전망대를 지나 만나는 구상나무 숲은 한겨울 내내 이렇게 수빙(樹氷) 숲으로 변해 있다. 이 숲 밖이 선작지왓 설원이고 그 뒤로 보이는 검은 봉우리가 백록담을 안고 있는 분화구, 부악(釜岳)이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해발 1600m 전망대를 지나 만나는 구상나무 숲은 한겨울 내내 이렇게 수빙(樹氷) 숲으로 변해 있다. 이 숲 밖이 선작지왓 설원이고 그 뒤로 보이는 검은 봉우리가 백록담을 안고 있는 분화구, 부악(釜岳)이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드디어 겨울. 눈 덮인 한라산은 자연의 선물이요 하늘의 축복이다. 거기서도 ‘윗세오름의 선작지왓 눈꽃 설원 트레킹’은 ‘죽기 전에 꼭 해 봐야 할 여행’ 동아일보판을 낼 경우 순위 1번에 놓을 만한 비경 코스다. 올겨울 아이들 손잡고 온 가족이 함께 눈덮인 윗세오름 아래 선작지왓 대평원을 걸어 보자. 하늘을 우러르고 바다를 읽으며 바람을 보듬고 눈 덩어리 된 겨울 숲에 말을 걸어 보자. 윗세오름(해발 1714m) 눈꽃 설원 트레킹을 안내한다.》

윗세오름에서 만나는 겨울 한라산 풍경. 장담건대 한 번 보면 평생 잊지 못한다. 눈에, 아니 마음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세상을 하직한 제주의 사진작가 김영갑 때문이다. 그가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어 했던 바로 그 꿈의 풍경이었기에.

나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가 한 말을 곱씹는다. “죽음을 대면하기 전에 느끼는 아름다움은 지금 느끼는 아름다움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한 그 말. 그 말이 나를 이리로 다시 이끌고, 그 때문에 세상 모든 풍경은 더더욱 새로이 다가온다.

내가 찾는 코스는 영실에서 윗세오름에 올랐다가 다시 영실로 내려오는 왕복 12km의 가벼운 트레킹 루트다. 매표소(영실지소)부터 영실휴게실까지(2.4km·50분 소요)는 산악도로를 따라 오른다. 본격적인 눈꽃 트레킹은 이 휴게실을 지나 들어서는 숲 속부터다. 숲 속 눈밭에 좁게 난 발자국 길로 걷기를 20분. 숲을 벗어나 가파른 능선의 산길을 만난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10여 분만 땀 흘리면 그 다음은 몇 배 이상을 보상받으니까.

고생 끝에 올라선 설산.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영실계곡의 능선이다. 능선이란 산자락의 마루 금이다. 이 때문에 사방이 모두 시야에 담기는 개방된 지형. 오른쪽으로 기암괴석의 산악, 왼쪽으로 오름 천지의 한라산, 뒤로는 서귀포 바다, 정면 산 위로는 관목 숲 설경이 펼쳐진다.

이윽고 다다른 1600m 고지. 거센 바람을 이겨내느라 땅을 기는 키 작은 나무가 땅을 고른다. 고산 관목지대다. 그 나무에도 눈꽃은 핀다. 눈밭에 털썩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눈 덮인 불래오름 어슬렁오름의 설면곡선이 유려하다. 능선의 눈밭 길은 산위로 30분쯤 이어진다. 그래도 힘든 줄 모른다. 경치에 취해서다.

곧 만날 구상나무 숲. 가 보니 숲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기괴한 모습의 수빙(樹氷)이 기다린다. 수빙이란 나무의 눈이 얼어붙은 뒤 다시 눈에 덮여 얼어붙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무 형체는 사라지고 대신 눈만 덕지덕지 붙은 형상으로 변해버린 것을 말한다. 이런 기괴한 형상의 수빙 숲을 걷는 호사. 지구상에 흔치 않은 지극무한의 비경임을 알고 지난 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그 수빙 숲 밖. 점입가경의 진수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광대한 설원이다. 설원은 윗세오름과 백록담 분화구 아래까지 이어지는데 이 고산평원을 우리는 선작지왓이라고 부른다. 윗세오름 눈꽃 설원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선작지왓은 분화구 외벽에서 떨어져 나온 조면암 조각으로 이뤄진 해발 1700m 고원의 거대한 돌무더기 평원. 이곳 설경은 그 끝에 우뚝 선 분화구 외벽의 시커먼 부악(釜岳) 덕분에 더더욱 돋보인다. 이렇듯 격렬한 흑백의 조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이제부터 30분. 윗세오름 아래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설원 트레킹이 시작된다. 마치 남극대륙을 걷는 듯하다. 스키용 고글을 갖고 가면 거센 바람 속에서도 풍광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춥다고 웅크리지 말고 카메라를 용감하게 꺼내어 가능한 한 많이 촬영하시기를. 대피소에서 먹는 따뜻한 컵라면 한 그릇 역시 풍경만큼 평생 남을 만한 기억이 된다.

한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설원 트레킹 ▽루트: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영실지소(매표소)∼영실휴게실∼병풍바위∼구상나무 수빙 숲∼선작지왓 설원∼윗세오름(6.1km). 오르는 데 2시간, 내려오는 데 1시간 30분. ▽장비 및 복장: 겨울산악등반 차림 및 아이젠 필수. ▽주차 및 입장료: 영실관리소(064-747-9950). 입장은 오전 5시 30분∼정오만 허용. 입장료 1600원(어린이 300원·청소년 600원), 주차료 1800원 ▽차량운행: 체인필수. 국도 99호선은 물론 영실삼거리와 영실관리소를 잇는 도로(2.5km) 역시 눈에 덮일 경우 체인 없이는 통행불가.

◇문의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www.halla.go.kr) 064-713-9950,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웹캠 영상 제공 ▽윗세오름 날씨: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www.visitkorea.or.kr)의 ‘오늘의 날씨(국내)→제주도→서귀포→윗세오름’ 순으로 클릭. 향후 일주일간 날씨 예보. 그러나 한라산 산악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니 날씨 예보는 참고만 할 것 ▽윗세오름 대피소 064-743-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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