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결국…1400억 ‘먹튀’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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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KT&G의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을 위협한 미국계 헤지펀드 ‘아이칸 연합’이 주식 매입 1년 2개월 만인 5일 이 회사 주식을 처분하고 KT&G에서 손을 뗐다. 아이칸 측은 이번 주식 매각으로 1400억 원 이상의 투자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 역시 다른 해외 투기자본처럼 이런저런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 시세 차익을 노리고 KT&G 주식을 매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14개월 만에 1400억 원 이익

매각주간사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따르면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 등 아이칸 연합은 KT&G 주식 약 700만 주(4.75%)를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다수 외국인 기관 투자가에게 주당 6만700원에 분산 매각했다. 이날 대량 매도한 금액은 모두 4249억 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이칸 연합이 대량 매도와 장중 매도를 통해 KT&G 보유주식 776만 주(5.26%)의 대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칸이 얻은 수익은 배당금을 포함해 14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 매입을 위해 약 330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원금 대비 4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이다.

이날 KT&G의 주가는 아이칸의 지분 매각 소식에 전날보다 2600원(4.12%) 하락한 주당 6만50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KT&G가 2008년 말까지는 주주에게 ‘이익환원정책’을 이행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단기적 충격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만만한 한국시장?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한 아이칸은 KT&G의 자회사인 인삼공사를 매각하고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KT&G에 압력을 넣었다.

아이칸의 ‘연합군’인 스틸파트너스의 워런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KT&G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1조3000억 원의 이익잉여금과 향후 이익에서 투자금을 뺀 1조5000억 원 등 모두 2조8000억 원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에 사용하기로 했다.

인삼공사 매각이나 부동산 처분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 단기 차익을 노린 아이칸 때문에 KT&G의 장기 성장계획이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한편 아이칸이 1년여 만에 40% 이상의 ‘성공적인’ 투자 수익률을 올림에 따라 인수합병(M&A) 재료를 부각시키거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노리는 ‘제2의 아이칸’이 출현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낮아지면서 단순 투자로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보유 현금이 많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공격하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효진 연구위원도 “2007년엔 각종 사회책임펀드 등이 크게 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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