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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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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개인별 의료비 명세 신고 참여율이 저조함에 따라 근로자들은 연말정산용 의료비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한꺼번에 내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예전처럼 지난 1년간의 병의원 영수증을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과 건보공단에 따르면 의료비 지출 명세 제출 마감시한(6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절반 이상의 의료기관이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치과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영역이 많은 의료기관일수록 참여율이 낮다. 지난달 30일 현재 전국 치과의원 가운데 약 12%만 자료를 제출했다. 한의원은 약 15%, 일반 개원의는 약 25%만 자료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 의료기관을 상대로 자료 제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70%가 내겠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자료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기관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자료 제출을 통해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료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의료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문제를 정부가 책임진다면 의료비 지출 명세 제출에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자 인적사항, 진료비, 진료날짜, 의료기관명 등 네 가지 자료만 제출하면 된다”면서 “근로자가 자신의 의료비 자료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때 고유 인증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자료 제출에 따른 환자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국세청은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결과 ‘환자 동의 여부는 의료기관 판단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료를 제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일선 병의원에 “동의한 환자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걸도록 했다.
건보공단 등 관련 기관이 자료 입력 프로그램을 병의원에 뒤늦게 배포해 자료 제출 작업을 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의사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입력 프로그램을 얼마 전에야 받았다”며 “다른 일을 하지 말고 자료 확인작업만 하라는 이야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실제 소득이나 과잉 진료비 청구 등이 드러날까 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추정하고 있다”면서 “사설 학원들은 교육비 공제를 위한 자료 제출 실적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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