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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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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없이 나라 걱정을 들려준 진솔한 말이었다. 특히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이 원로의 우국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경제를 다시 살리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국 경제의 현실을 걱정하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본보 인터뷰가 경제계와 학계, 일반 국민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보 2일자 1면 참조
박태준 “한국 경제 드러누워…지도자 왜 비전 안 내놓는지”
▶본보 2일자 3면 참조
박태준 “나라 꼴이…국민 사기가 이런 적 없었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대놓고 하지 못하고 가슴만 앓아 왔던 기업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철강산업을 키워 낸 ‘한강의 기적’의 주역 중 한 명인 박 명예회장의 충고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은 공식 인터뷰로는 3년 4개월 만에 처음 이뤄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국민이 지금처럼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의욕을 잃은 적은 없다”면서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 재계 “우리가 하고 싶은 말 대변해 주었다”
기업과 경제단체 등 재계는 “기업 현장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해 줘 후련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박 명예회장의 기업 투자에 대한 일침은 마치 밀림에서 안내자를 만난 느낌”이라며 “각종 정치 경제적 이유로 위축돼 있던 기업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박 명예회장은 평소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는 등 해외 경험이 많아 한국 경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분”이라면서 “여러 거시지표로 볼 때 한국의 경제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한 임원은 “박 명예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관련 발언에 대해 ‘끔찍한 발언’이라고 지적한 것은 온 국민이 느끼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준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주체에게 불안함을 주는 것”이라며 “한국은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은 독자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이 안 되는 만큼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학계 “경제 원로의 안타까운 마음 절감했다”
경제 및 경영학자들은 재계와 정계를 두루 거친 원로인 박 명예회장의 걱정에 대해 정파와 이념을 떠나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박 명예회장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꼈으면 “국민의 사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양대 나성린(경제학) 교수는 “토요일 아침 동아일보를 펴 보고 나라를 걱정하는 경제 원로의 안타까운 마음을 절감했다”면서 “많은 경제 전문가가 비슷한 지적을 해 왔지만 정부가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도 “동료 교수들과 박 명예회장의 인터뷰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3년이 넘도록 조용히 생활해 오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는 “국가 원로가 금과옥조와 같은 말을 해도 ‘민주화를 모르는 구세대의 옛 노래’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이 문제”라면서 “경제 실정(失政)을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지만 ‘청와대의 386세대’는 겸허히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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