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증권사의 ‘장밋빛’ 보고서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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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어라운드(실적 호전)는 확인됐다.”

“환골탈태 진행 중”….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장밋빛’ 주가전망을 내놓으며 종목을 사라는 투자의견을 냈다. 이를 믿고 주식을 샀는데 몇 달 뒤 이 회사는 부도를 냈다. 주가는 폭락했다. 누구의 책임일까?

반도체, 통신기계 제조회사인 아이브릿지가 29일 우리은행으로 돌아온 4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이 회사는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억 원을 입금시켜 최종 부도는 피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아이브릿지 주식거래를 정지했다.

5∼8월 메리츠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은 나란히 보고서를 통해 “실적 호전으로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7월 27일 매입의견에 목표가를 3070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아이브릿지 주가는 2155원이었다.

아이브릿지는 1989년 거래소에 상장한 회사로 지난해 16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4억2700만 원의 순손실로 4년 연속 적자를 봤다.

하지만 올 상반기(1∼6월) 매출 250억 원과 영업이익 13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5월에는 국내 2위권의 발광다이오드(LED) 회사인 럭스피아㈜와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회사 대표가 배임횡령으로 고발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청약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29일 주가는 630원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를 낸 한 애널리스트는 “여러 군데서 LED사업전망과 인수합병(M&A)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하반기 실적도 더 좋아질 것으로 봤다”며 “자금조달을 무리하게 해 9월부터 정식 종목 분석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우리도 고충이 많다”며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내기라도 하면 온갖 전화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입’ 의견 일색인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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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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