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있는 곳에 공급” 시장원리 따라야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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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8·31, 10·29, 3·30….’ 현 정부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이 여전히 불안하다. 15일 발표된 ‘11·15대책’도 효과는 미지수다. 도대체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현 정권이 집권 초기에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해 정책 불신을 초래했고, 그 결과 수도권 전반으로 집값 급등 현상을 확산시켰다”며 “정확한 원인분석을 통해 필요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고 양도세 등 일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이병윤 금융硏 연구위원

인기 있는 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신도시에도 강남 버금가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집값이 급등한 것은 수요가 많은데 공급을 틀어막아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지역 등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주택은 한정돼 있지만 이사 가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

이곳에서 발생한 집값 폭등이 다른 지역 주택 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신도시는 수요가 많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건설하고, 특목고나 외국인학교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인기 지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부동자금을 흡수해야 한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

정부는 중산층 이상에 대한 주택 공급은 민간에 과감하게 맡겨야 한다.

서울 강남권 수급 불균형이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 줘야 하는데 강남 재건축 대책은 거꾸로 갔다. 초반에 강남 집값 잡기에 역점을 두었던 정부가 강남 집값 급등의 원인을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투기 때문이라고 잘못 진단해 강남 집값 잡기의 방편으로 투기 억제책을 내놓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건져야 한다. 프랑스 싱가포르 등의 정부도 서민주택 계획에 집중하지, 한국처럼 중산층 이상이 사는 주택까지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는다.

외국처럼 땅값이 비싼 상업지역은 개발밀도를 높이고, 외곽으로 갈수록 밀도를 낮춰야 도심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오문석 LG경제硏 상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자금의 부동화 현상을 우선 해소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양질의 주택 공급이 꾸준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2000년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은 치솟았다.

우선 정부가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업은 서비스 산업이나 신(新)성장 사업 등의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수급정책과 조세정책 등으로 기대 수익을 낮추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 거래 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 보유세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되 보유세가 충분히 높아지면 양도세를 낮추자는 것이다. 국가가 부동산의 소유나 처분을 규제하지 않는 대신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은 일정 사용료를 국가에 납부하는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집값 폭등은 정부와 여당의 잇단 정책 혼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04년 말 종합부동산세가 여당에의해 완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현 정부는 올해 5·31지방선거 이후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그동안 써왔던 정책들이 바뀔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 다음 정부에서라도 정치권은 집값 안정을 위한 협약을 맺어야 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중대형 1만6000여 채 2배로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청라지구에 들어설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또 이곳에 들어서는 중대형 아파트가 당초 예정보다 갑절로 늘어난다.

정부는 1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실시계획안 등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 청라지구에 짓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를 당초 계획했던 8210채에서 그 2배인 1만6218채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청라지구 아파트 중 중대형의 비중은 40%에서 70%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위원회는 이날 부산-진해권 경제자유구역 내 서(西)부산유통단지 개발계획 실시계획도 승인했다. 서부산유통단지는 한국토지공사가 2010년까지 2606억 원을 투자해 총 25만 평 규모로 조성한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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