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입력 2006년 11월 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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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용산전자상가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 뒤 누리꾼(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동아닷컴과 네이버 등 각 포털 사이트에는 수 백 개씩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보 6일자 B3면 참조
▶‘용산불패’ 그 오만함, 이제 깨달았습니다

"나도 당했다", "용산 꼴좋다", "망해라", "난 거기서 두드려 맞은 적도 있다"…

주로 과거 오만했던 용산을 준엄하게 꾸짖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물건을 보여주기도 전에 손님에게 "돈을 얼마나 준비해왔느냐"고 먼저 묻는가하면 안 사면 등 뒤에서 욕하던 용산전자상가의 오만함을 소비자들은 기억하고 있는 거지요. 점원에게 "왜 손님에게 욕 하냐"고 따지면 곧이어 싸움이 벌어진다는 분노 섞인 얘기도 많이 올라 있네요.

하지만 용산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 상인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전자상가가 변신의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잘 담아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점포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싼 값에 불법으로 파는 일부 상인 때문에 용산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소비자는 판매자의 태도를 탓하지만 정작 상인들은 제도와 경쟁자를 문제 삼는 상황입니다.

GE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잘 나가던 기업이 쇠퇴하는 수순은 이렇다고 합니다.

우선 처음에는 자신들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부정합니다. 통계로 확인되면 안목 없는 소비자와 비열한 경쟁사, 뒤떨어진 제도를 탓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때가 늦은 뒤에는 '우리는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실리를 챙기는 소수정예'라고 우긴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렇게 몰락하기 전에 모든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재도약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지금 용산은 어디에 있나요. 혹시 지금 처한 상황이 남만 탓하는 쪽에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1만여 명의 용산 상인들은 조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가들입니다. '동지'이기 전에 '적'이지요. "잘해보자"고 다짐해도 통일된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용산은 누가 뭐래도 전국에 전자제품을 도매로 공급하는 전자유통의 심장입니다. 더 늦기 전에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곳으로 변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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