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땅값 집값 뛰게 해 경제 더 흔든 부동산정책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1분


현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해 2003년 ‘10·29대책’, 작년 ‘8·31대책’, 올해 ‘3·30대책’ 등을 내놓으며 “투기는 끝났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전국 땅값이 3년 사이 평균 16.4% 올랐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던 정부의 공언(公言)은 크게 빗나갔다. 김영삼 정부 5년간 6.2% 하락하고 김대중 정부 때도 1.1% 떨어진 땅값이다.

노무현 정부가 ‘균형발전’을 한다며 남발한 개발계획이 땅값 급등의 주요인이다. 공장용지 값도 덩달아 뛰어 기업들의 신·증설 투자 부담만 커졌다. 국내 투자 위축과 기업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이다. 토지 소유의 편중 현상도 여전하다. 결국 소수의 지주(地主)만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줘, 땅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양극화(兩極化)를 심화시킨 ‘반(反)서민 정부’인 셈이다.

‘집값 잡기’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2003년 10·29대책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전국 평균 상승률(5%)의 4배 이상인 23% 올랐다. 서울 강남구 집값은 특히 작년 8·31대책 이후 1년 동안에만 13.3%나 뛰었다. 요즘도 일부 지역의 전세금이 급등하고 매매값 역시 다시 들썩인다. 수요공급 원리와 보통 사람들의 심리에 부응하는 정책을 펴 왔더라면 지금쯤 집값이 많이 안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방 건설 경기는 더 위축돼 올 7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년 만에 가장 많은 7만여 채나 됐다. 수도권은 공급이 모자라 청약 과열현상이 빚어지는데 지방에선 건설업체들의 파산이 이어진다. 이 정부 아래서 주택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노 대통령 책상 위엔 한동안 헨리 조지라는 미국 경제사상가의 책 ‘진보와 빈곤’이 놓여 있었다. ‘경제발전의 과실(果實)을 모두 땅주인이 따먹으니, 토지세는 무겁게 매기되 다른 세금은 모두 없애자’는 주장이 담긴 책이다. 21세기 세계 어디서도 안 통하는 이런 이론의 신봉자들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정부 조세개혁특별위원장으로 일했던 곽태원 서강대 교수는 그제 “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조지의 이론을 잘못 적용했다”며 건물(주택)에 대한 중과세(重課稅)를 비판했다. 잘못된 정책이 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정책을 ‘헌법만큼이나 바꾸기 어려운 제도’로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이를 수정해야 국민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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