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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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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TTL’ 브랜드 기획안이 올라왔다.
“브랜드 이름에 거센소리를 두 개나 넣었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안 되는 모델이 어항이나 깨뜨리고. 그런데 돈은 400억 원이나 달라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표문수(현 SK텔레콤 고문) 당시 전무와 실무진의 설득은 집요했다. 결국 ‘젊은 머리’를 믿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TTL은 ‘011은 나이 든 사람들이나 쓰는 번호’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면서 5개월 만에 19∼24세 소비자 점유율을 12%포인트나 늘렸다. 직원들을 ‘믿고 맡긴’ 결과였다.
조 부회장은 20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후원 한국경영공학회 정기학술대회 기조 강연에서 이 사례를 들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소개했다.
○ 내달 10일이면 회사원 생활 40년
그는 1966년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달 10일이면 회사원 생활 40주년을 맞는 샐러리맨 출신 경영자의 경영 노하우는 ‘잘난 척하지 말고, 믿고 밀어 주라’는 것이었다.
“직원을 믿고 존중하세요. 일을 맡긴 뒤 이래라 저래라 잘난 척해서도 안 됩니다. 일단 시작하면 충분히 지원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책임 아래 움직일 때 가장 높은 성과가 나옵니다.”
조 부회장은 2002 한일 월드컵 프로모션도 ‘믿고 맡겨’ 성공한 사례로 들었다.
월드컵을 맞아 기지국 증설, 외국인 관광객 서비스 확대 등을 구상했던 그는 직원들이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이용한 프로모션 기획안을 들고 왔을 때 적잖게 당황했다.
당초 생각과는 달랐지만 직원들을 믿었다. 이 프로모션은 기업 홍보를 뛰어넘어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은 ‘사건’이 됐다.
○ “스스로 머리를 쓰게 만들어라”
조 부회장은 “사원들이 출근할 때 대개 머리는 남겨 두고 몸만 나오는데 100명 중 10명만 머리를 들고 나와도 성공”이라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어록을 소개하며 “머리를 들고 나오게 하려면 스스로 머리를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을 추진하면서 안 된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제외하고 추진하라”며 “일이 잘되면 그 일을 반대한 사람은 방해자로 나선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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