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조정남 부회장 “잘난척 말고, 직원 믿고, 팍팍 밀어줘라”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1999년 여름은 조정남(65·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당시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에게 고민의 시기였다. 경쟁사인 신세기통신이 ‘커플 무료 요금제’를 내세워 10대와 20대 소비자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이에 맞설 만한 ‘묘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TTL’ 브랜드 기획안이 올라왔다.

“브랜드 이름에 거센소리를 두 개나 넣었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안 되는 모델이 어항이나 깨뜨리고. 그런데 돈은 400억 원이나 달라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표문수(현 SK텔레콤 고문) 당시 전무와 실무진의 설득은 집요했다. 결국 ‘젊은 머리’를 믿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TTL은 ‘011은 나이 든 사람들이나 쓰는 번호’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면서 5개월 만에 19∼24세 소비자 점유율을 12%포인트나 늘렸다. 직원들을 ‘믿고 맡긴’ 결과였다.

조 부회장은 20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후원 한국경영공학회 정기학술대회 기조 강연에서 이 사례를 들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소개했다.

○ 내달 10일이면 회사원 생활 40년

그는 1966년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달 10일이면 회사원 생활 40주년을 맞는 샐러리맨 출신 경영자의 경영 노하우는 ‘잘난 척하지 말고, 믿고 밀어 주라’는 것이었다.

“직원을 믿고 존중하세요. 일을 맡긴 뒤 이래라 저래라 잘난 척해서도 안 됩니다. 일단 시작하면 충분히 지원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책임 아래 움직일 때 가장 높은 성과가 나옵니다.”

조 부회장은 2002 한일 월드컵 프로모션도 ‘믿고 맡겨’ 성공한 사례로 들었다.

월드컵을 맞아 기지국 증설, 외국인 관광객 서비스 확대 등을 구상했던 그는 직원들이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이용한 프로모션 기획안을 들고 왔을 때 적잖게 당황했다.

당초 생각과는 달랐지만 직원들을 믿었다. 이 프로모션은 기업 홍보를 뛰어넘어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은 ‘사건’이 됐다.

○ “스스로 머리를 쓰게 만들어라”

조 부회장은 “사원들이 출근할 때 대개 머리는 남겨 두고 몸만 나오는데 100명 중 10명만 머리를 들고 나와도 성공”이라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어록을 소개하며 “머리를 들고 나오게 하려면 스스로 머리를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을 추진하면서 안 된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제외하고 추진하라”며 “일이 잘되면 그 일을 반대한 사람은 방해자로 나선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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