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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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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파업만 일삼는 노조가 싫어 현대차는 절대 사지 않겠다.”(trybc)
“1년간 공장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는 노조와 타협하지 말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켜라.”(efreenet)
현대자동차 노사가 24일 마라톤협상에서도 끝내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자 민주노총과 언론사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25일 누리꾼들의 글이 쏟아졌다.
간혹 노조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도 있었지만 비판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정작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는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6일부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건의사항 코너를 잠정 폐쇄해 버렸기 때문. ‘노조의 단결을 저해하는 외부세력의 유언비어 차단’이 폐쇄 이유다.
밖에서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년간 이어오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노조 홈페이지는 마치 태풍의 눈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요하다. 홈페이지에는 집행부가 올려놓은 투쟁 일정과 협상 속보만 가득 차 있다.
조합원 김모(46) 씨는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유언비어’로 매도하며 자유게시판을 차단했다”며 “조합원 4만2000여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옹졸한 짓을 했다”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노조 창립기념일인 25일 휴무를 실시했다. 울산공장은 전날 협상과 노조 집회로 뜨겁던 분위기와 달리 적막감에 휩싸였다. 조합원들이 쉬는 사이 26일까지 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졌다.
반면 현대차에서 약 5km 떨어진 현대중공업은 이날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가결시키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강경 노동분규의 핵심사업장이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1995년부터 12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한 것이다.
1987년에 3일 간격(현대중공업은 7월 28일 설립)으로 노조가 설립된 두 회사의 20년 뒤 분위기는 ‘위기’와 ‘축제’로 엇갈렸다.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했느냐 수용하지 않았느냐의 차이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울산에서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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