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해외점포 속은 국내지점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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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국내와 비슷… 점포 간 경쟁 심해 수익 한계

한용성(52) 씨는 우리은행 베트남 호찌민 지점장이다. 하노이 지점장을 거쳐 7년째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영업이 쉬웠다고 한다. 하노이와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대출 받으려고 줄을 섰을 정도다.

지금 베트남에 있는 한국계 금융회사는 10개가 넘는다. 기업에 접대까지 하면서 “우리 돈 좀 써 달라”고 사정하지만 대출을 하겠다는 기업은 별로 없다. 경쟁 은행에서 더 나은 대출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재정경제부의 ‘금융회사 해외점포 진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금융회사 21곳이 해외점포 30개를 열었거나 개점을 준비 중이다. 이는 1967년 이후 설립된 기존 해외점포(2004년 말 기준 209개)의 14.4%에 이른다.

하지만 해외점포 업무가 국내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데다 점포 간 경쟁이 심해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현지 사무소서 독립된 현지법인 늘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건 금융업종별 장벽을 없애는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 작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부터다. 국내에서 매출을 더 늘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

과거 해외점포는 현지 정보를 수집하는 사무소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독립된 영업을 하는 현지법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초 홍콩 현지법인 설립에 앞서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인수합병(M&A) 등 지금껏 한국계 은행이 잘 다루지 않던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우즈베키스탄에 ‘우즈대우은행’을 설립했다.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공략한다는 포석이다.

보험 증권 투자자문사들은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 ‘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내년 초 기업 대상 보험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피데스투자자문은 자문사로서는 처음 호찌민에 사무소를 세웠다.

○ 베이징 호찌민 홍콩 등 과열 경쟁

금융회사 해외점포 중에는 수익성이 국내 점포보다 낮은 곳이 많다.

금융연구원과 은행업계는 △국내영업행태 답습 △전문인력 부족 △국내 회사 간 과당경쟁 등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점포는 현지 한국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 송금 및 환전 업무를 주로 한다. 국내 점포와 다를 게 없다.

인력을 뽑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국내에서 영업 성적이 좋았거나 힘든 보직에서 일한 사람에게 보상 차원에서 해외점포 발령을 낸다고 한다.

베이징, 호찌민, 홍콩 등에는 국내 금융회사끼리 ‘출혈 경쟁’을 하기도 한다.

박인수 현대해상화재보험 베이징법인장은 “외국인을 환영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엔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사업모델 개발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실 기업 자문-소규모 M&A로 경험 쌓아야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처음부터 외국 대형 투자은행을 모방할 게 아니라 부실기업 자문이나 소규모 M&A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경영전략팀장은 “외국의 유명 중소형 투자은행 지분을 산 뒤 이 은행을 통해 영업을 하면 세계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외국 은행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국가 간 M&A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현황 2005년 1월 이후 신고 기준.
금융회사진출국진출 도시회사 유형신고 시기
현대캐피탈중국베이징사무소2005년 1월
대한생명일본도쿄사무소2월
현대해상미국로스앤젤레스사무소4월
대한생명미국뉴욕현지법인4월
우리은행베트남호찌민지점5월
현대해상중국베이징현지법인5월
삼성화재영국런던사무소6월
산업은행브라질상파울루현지법인6월
기업은행영국런던지점7월
기업은행중국옌타이지점7월
기업은행베트남호찌민사무소7월
미래에셋중국홍콩사무소8월
신한은행중국홍콩지점8월
C&H캐피탈미국샌프란시스코사무소9월
동부화재미국하와이지점9월
동양생명미국뉴욕사무소9월
LG화재미국뉴저지현지법인10월
대한생명베트남하노이사무소11월
흥국생명중국베이징사무소11월
산업은행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현지법인11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중국베이징사무소12월
동부화재중국베이징사무소2006년 3월
현대해상미국뉴저지현지법인3월
피데스투자자문베트남호찌민사무소3월
키움닷컴증권일본도쿄사무소4월
미래에셋증권중국홍콩현지법인5월
대우증권일본도쿄사무소6월
동양종합금융증권미국뉴욕사무소6월
맵스자산운용베트남호찌민사무소6월
우리은행중국홍콩현지법인7월(예정)
자료: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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