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밤, 기계소리 달콤” GM대우 부평2공장 가동 재개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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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자동차 부평2공장에서 14일 오후 9시 윈스톰을 조립하고 있는 김후식 씨(왼쪽)와 박정환 씨. 5년 만에 복직한 이들은 불이 켜진 공장에 들어선 순간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인천=홍진환 기자
GM대우자동차 부평2공장에서 14일 오후 9시 윈스톰을 조립하고 있는 김후식 씨(왼쪽)와 박정환 씨. 5년 만에 복직한 이들은 불이 켜진 공장에 들어선 순간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인천=홍진환 기자
《“끼∼익! 탁탁탁! 드르르르….”

14일 오후 9시 인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자동차 부평2공장. 창밖은 깜깜했지만 공장 안은 환했다.

길게 늘어선 라인에서 직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GM대우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윈스톰과 중형 세단 토스카를 조립하고 있었다.

기계 소리, 용접 소리로 꽉 찬 공장은 생기가 넘쳤다. 올해 3월 복직한 조립2부 김후식(37) 씨는 “다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연방 싱글벙글했다.

주간에만 가동하던 이 공장이 12일부터 2교대 작업을 시작함에 따라 GM대우는 완성차 4개 공장 모두 주야 2교대 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부평2공장 야간 가동은 GM대우가 ‘부활 완료’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2002년 부평공장만 빼놓고 대우차를 인수한 GM은 △6개월 이상 2교대 가동 △노동생산성 매년 4% 향상 등 4가지를 만족시켜야 부평공장을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GM대우는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를 충족시키자 예상보다 빠른 지난해 부평공장을 인수했다. 이제 GM이 ‘온전한 회생’의 요건으로 내걸었던 2교대 가동이 본격 시작된 것.》

해직된 생산직 직원 중 희망자 1600여 명 전원의 복직을 지난달 완료한 것도 공장 가동에 따른 인력이 필요했기에 가능했다.

○“불 켜진 공장 보니 가슴이 쿵쾅쿵쾅해요”

부평2공장에 근무하는 직원 1800여 명 중 복직자는 600여 명.

올해 3월 복직한 박정환(39) 씨는 “빨리 일을 익히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며 웃었다.

그는 해직 5년간의 고통도 조금씩 잊으려고 애쓴다. “8년 만에 장만한 집을 6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팔아야 했습니다. 집사람은 울기만 하고,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피눈물이 흘렀습니다.”

분식집을 차리고 배달에 나선 그는 ‘철가방’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철가방을 더 많이 들어야 아이들 공부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복직이 확정되자 두 딸은 “이제 주말에 아빠와 놀 수 있게 됐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김후식 씨는 “기계 소리, 기름 냄새가 황홀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미혼 시절 해직된 김 씨는 막노동, 택배 업무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70kg이던 몸무게는 1년 만에 58kg으로 줄었다.

“회사 출퇴근 버스를 볼 때마다 ‘저기에 내가 타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김 씨는 요즘 다른 부서 잔업까지 신청하며 일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사는 거잖아요. 올해 태어난 딸 보민이에게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보여 줄 겁니다.” 김 씨는 아직 결혼식을 못 올린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 줄 꿈에 부풀어 있다.

○눈물의 월드컵에서 환희의 월드컵으로

부평공장 직원들은 독일 월드컵 한국-토고전이 열린 13일, 회사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팀의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하며 짜릿함을 마음껏 즐겼다.

“농성할 때 빼곤 동료들과 모인 적이 없었어요. ‘전진대회’를 하던 ‘민주광장’에서 함께 모여 월드컵 경기를 본다는 그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를 내려다봤어요. ‘우리가 이렇게 살아났다고요’라고 마구 외치고 싶었어요.”

2002년 월드컵 때는 딴판이었다. 전국이 축제 분위기로 들끓었지만 그들은 외톨이처럼 쓸쓸하게 축제를 ‘견뎌내야’ 했다.

“복직 투쟁을 하느라 하루하루를 술로 버티면서 살았어요. 월드컵은 딴 세상 일이었죠.”(김 씨)

당시 해직자들은 물론 ‘살아남은 사람’들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부평2공장 담당 승경남 상무는 “죄책감에 축구공도 빨간 옷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다시 도전이다

GM대우는 회생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전체 생산량 중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내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우차 시절 곤두박질쳤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승 상무는 “부평공장은 로얄 프린스, 로얄 살롱 등 한국 중형차 시장을 주름잡던 차를 만든 곳”이라며 “GM대우가 GM그룹 내에서 1위에 오르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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