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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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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전 위원장이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정책 방향이 재벌 개혁에서 경쟁질서 확립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7월 1일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및 대안을 검토할 시장개선 태스크포스(TF)의 결과가 나와 봐야 공정위가 정책 방향을 선회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본업은 경쟁과 공정거래 정착”
권 위원장은 13일 한 방송에서 최근 은행권의 불공정 행위 조사에 대해 “금융 통신 등 규제산업에서 경쟁산업으로 넘어가는 분야에 경쟁원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3월 16일 취임해 4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한 권 위원장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각종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 시장의 경쟁원리 확산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4월 28일 공정위 창립 25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공정거래법 집행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이 신호탄.
이어 지난달 24일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권 위원장은 “과거 공정위가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기업 정책에서도 상생협력 기반을 닦기 위해 하도급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잡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출총제에 문제가 많으니 대안을 찾겠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책 선회는 좀 더 두고 봐야
공정위도 권 위원장의 취임 이후 재벌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시장개선TF팀장을 맡은 공정위 허선 사무처장은 “출총제로 대표되는 재벌정책이 문제가 많아 바꾸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재계 입장에서 완화가 될지는 연내에 나올 개선안을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출총제 폐지를 위해 현재 검토 중인 대안이 오히려 출총제보다 더욱 강한 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현재 공정위는 출총제 대안으로 악성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순환출자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악성 출자인 환상형 출자를 막겠다는 것. 환상형 출자는 A기업이 B기업, B기업은 C기업, C기업은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고리 형태의 출자구조다.
또 미국처럼 기업의 소유와 지배구조 괴리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과 일본처럼 사업지배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기업집단의 설립, 전환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개선TF에 참여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출총제 대안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게 되면 공정위가 강조하는 시장원리의 후퇴가 온다”며 “공정위의 정책 선회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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