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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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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정모(39) 씨. 그는 “좋은 공연이나 작품이 후원자를 만나지 못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두 사람은 돈을 버는 것과 좋은 문화상품을 고르는 데 자신이 있었다. 이들을 연결해 준 게 바로 문화상품 투자였다.
○뮤지컬펀드에 1억 원씩 투자
김 씨와 정 씨는 최근 뮤지컬 펀드 ‘태양이라 불리는 별’에 1억 원씩을 투자했다. 1990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한국계 러시아인 가수 빅토르 최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펀드에는 12명이 개인 자격으로 11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모두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팀의 VIP 고객. 이들은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김종학 화백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 모였다.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의욕과 동기는 확실했다. “후기 화풍을 보면 주제가 넓어져 연륜이 느껴진다”며 그림을 보는 안목을 과시했고 김 화백에게 수줍은 듯 악수를 청하는 ‘팬’으로서의 모습도 보여 줬다.
“문화와 예술에 가치 있게 돈을 쓸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손실 위험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이날 만난 한 고객의 말이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수익
이들이 공격적으로 문화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또 다른 수익 덕분이다.
하나은행 WM팀은 2001년 영화에 투자하는 시네마신탁, 2004년 뮤지컬 ‘아이다’에 투자하는 펀드 등 고객들이 선호하는 문화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발했다.
아이다 제작진은 투자 고객을 초청해 제작 설명회를 따로 열었고, 출연진은 공연을 마친 뒤 열린 뒤풀이에서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고객들은 제작진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에 열광했고 ‘3호 문화상품’을 주문했다. 정 씨는 “아이다에는 소액을 투자했지만 제작에 직접 뛰어드는 쾌감 덕에 ‘태양이라 불리는 별’에는 본격적으로 1억 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은재현 WM상품개발팀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은행처럼 문화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이를 후원하는 자금을 중개하는 ‘개인 투자은행’ 역할을 맡는 게 WM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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