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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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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샴푸 머리 부분 펌프는 뾰족하잖아요. 이걸 접어 쓰면 보기에도 예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상무는 그날 스케치를 완성하고 다음 날 오전 샘플을 주문했다. 샴푸 꼭지 부분엔 파스텔 톤 색깔을 넣기로 했다.
“일회용이라고요? 용기 디자인은 발명이자 예술이에요.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려면 개발 속도도 무척 빨라야 합니다.”
‘껍데기’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감성 소비가 확산되면서 화장품과 생활용품 용기가 품질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쇼핑백도 잘 만들면 ‘움직이는 광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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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장품 업계는 파우더 팩트 디자인 경쟁이 뜨겁다.
작년 8월 태평양 라네즈가 슬라이딩 휴대전화를 본뜬 ‘슬라이딩 파우더 팩트’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4월 말까지 35만 개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2배이상 많이 팔린 것. 내용물보다 독특한 용기에 매료된 소비자들 때문이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다급해졌다. 슬라이딩 형태의 디자인에 손끝만 대면 팩트 거울이 밀려 올라가는 아이디어를 덧입혔다. 이 제품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발명전에 출품돼 은상을 받았다.
용기 값을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低價) 화장품들도 최근엔 1만 원대 파우더 팩트를 선보이며 용기 디자인 경쟁에 합류했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화장품 용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태평양은 홍익대 의상학과 간호섭 교수가 디자인한 남성 화장품 오딧세이 스포츠 라인을 최근 선보였다.
LG생활건강도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아릭 레비 씨에게 오휘 고급 라인 디자인을 맡겼다.
이처럼 용기 경쟁이 지속된다면 화장품 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 이 상무는 “하나를 사더라도 특별한 것을 원하는 감성 소비자들이 타깃 고객”이라고 말했다.
○쇼핑백, 그 이상의 가치
“쇼핑백도 예쁘고 폼 나면 좋지 않나요? 명품은 쇼핑백도 ‘짝퉁’이 있어요. 계속 들고 다니고 싶은 쇼핑백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 그 이상입니다.”(LG생활건강 패키지 디자인담당 김경은 대리)
잘 만든 쇼핑백은 물건을 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가격도 비싸다.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베키아 앤 누보 쇼핑백은 3000원 안팎이다. 보통 100원에 판매되는 쇼핑백에 비해 30배나 비싸다.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 ‘후’ 복주머니 포장물은 1700∼1800원 선.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쇼핑백은 800∼1400원 선이다.
웨스틴조선호텔 김경숙 디자이너는 “브랜드는 경험”이라며 “선물을 받는 상대방이 최고의 제품을 받는다는 느낌을 겉 포장지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패키지디자인학회 선병일 회장은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로 보관 가치가 있는 디자인 포장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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