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주택가의 코리아 사모님들…부동산 투자자본 해외로?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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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역회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사에서 근무하는 Y(38) 씨는 “요지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든다”고 말했다. 두바이에 한국 중년 부인이 떼 지어 몰려와 골프를 치면서 부동산 투자처를 물색하는 모습이 1980년대 서울 강남 지역의 ‘복부인’을 연상케 한다는 것.

실용주의 경제 개혁으로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는 걸프 만의 경제도시 두바이에 한국의 복부인들이 몰리고 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국내에서 위축된 부동산 투자 세력이 두바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한국인이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 전체에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는 지금까지 35건, 7900만 달러(약 750억 원)다. 이는 모두 기업이나 법인의 투자이며 아직까지 개인이 신고한 사례는 없다고 재경부 관계자는 밝혔다.

하지만 두바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 씨는 “개인의 해외부동산 취득은 대부분 현지 법인이나 주재원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한국인, 특히 중년 여성의 투자 문의가 하루 평균 10여 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두바이 현지에 연면적 6만 평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올해 9월 분양하는 B건설에는 24일 하루에만 수십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 왔다.

두바이는 부동산 거래 시 거래가의 2%만 신고 수수료로 내면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인이 주로 관심을 갖는 부동산은 방이 3개 딸린 주택으로 가격은 6억∼7억 원대. 이 같은 주택의 임대 수익은 연간 3600만 원 정도. 두바이의 주택 가격은 매년 30%씩 치솟고 있어 3, 4년 안에 2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체의 설명이다.

한 여행사는 최근 현지 부동산 업체와 손을 잡고 두바이 관광과 골프투어,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 달 19일 출발하는 첫 상품의 모집 인원은 15명이며, 이미 10명이 예약했다.

이런 ‘묻지 마 해외 투자’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두바이의 건설 경기가 과열되면서 날림 공사가 많고 설계도와 달리 싸구려 마감재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또 앞으로 유가가 떨어져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버팀목인 ‘오일머니’가 갑자기 줄어들 경우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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